[기자수첩] 인간 ‘노무현의 힘’

2009.06.01 20:34:50 22면

 

故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가장 비극적인 방법으로 파란만장한 생애를 마감했다는 면에서 더욱 슬픔을 배가시킨다. 서거 당일 뒤늦게서야 이러한 비보를 듣고 한동안 멍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검찰수사가 시작되고 소환조사를 거치면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냉철한 승부사로서의 모습을 보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기에 충격은 더욱 컸다.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함에 따라 국민들은 충격에 휩싸였고 검찰의 책임론은 물론 정치권에서는 이제 본격적인 공방전으로 접어드는 모습이다.

이런 움직임과는 별개로 노 전 대통령을 향한 국민들의 추모열기는 단순히 전직 대통령이라는 직함을 떠나 인간 ‘노무현의 힘’을 그대로 보여주었다는 평가가 뒤따르고 있다.

보통사람들이 대통령의 서거에 문상 간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분명 잘 알던 이의 상가를 찾는 것과는 매우 다른 일일 것인데 7일간의 국민장 기간중 국민들이 보여준 추모열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유서에서 ‘미워하지 말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고 썼다. 용서와 화해를 전제하지 않고서는 쓰기 어려운 말이다.

분노와 원망이 가득했을 법한 유서에 용서와 화해의 메시지가 담기니 국민들의 슬픔은 배가됐다. 덕수궁 앞 임시 분향소에 수 킬로미터 조문행렬이 자발적으로 생겨난 것도 이런 고인의 뜻이 국민들에게 절실히 전해졌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의 유해가 모셔졌던 봉하마을을 찾은 추모객이 100만명을 넘어서고 전국적으로 500만명을 헤아리는 추목객들이 전국 곳곳에 마련된 분향소를 찾았다 하니 국민들의 슬픔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누구에게나 스스럼 없는 대상, 때로는 나와 같은 처지, 같은 고통과 억울함을 겪었을 거라는 ‘동질감’을 주는 것이 정치인 노무현 전 대통령의 힘이다.

그는 죽음으로서 남은 자들에게 너무도 많은 숙제를 남기고 떠났다.

이제 ‘바보 노무현’이 남긴 발자취는 우리 국민의 마음과 역사 속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정일형 기자 jih@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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