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하우스에서 거주하고 있으나 무허가라는 이유로 전입신고가 안 돼 주소없이 살던 그린벨트지역 주민들이 주소를 가질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하남시 초이동 개미촌 등 비닐하우스에서 숨 죽이며 살던 182개 동의 비닐하우스 주민들이 조만간 전입신고를 하고 떳떳한 주소를 갖게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지난 18일 서울 양재동 잔디마을 주민 서양석(50)씨가 양재2동사무소를 상대로 전입신고를 받아달라며 지난 2007년에 낸 소송에서, 서씨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확정했다.
이날 대법원은 “전입 신고자가 해당 주소지에 거주 목적으로 30일 이상 살았다면 지방자치단체의 무허가 건축물 관리 등 다른 사항을 고려하지 말고 전입신고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판결했다.
‘비닐하우스 촌’으로 유명한 양재동 잔디마을 주민들은 지난 1980년대 후반, 갈 곳을 잃은 철거민 등이 양재2동 도로 밑 산기슭에 하나둘 천막을 치면서 생겨나 40여가구 90명이 살고있다.
그러나 동사무소측은 무허가라는 이유로 주민등록 전입신고를 받아 주질 않아 그동안 주소지 없이 살아왔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수도·전기·우편·의료보험혜택 등 국민으로서 누릴 수 있는 어떤 대접도 받지 못했다.
하남시의 비닐하우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건축허가가 나지 않는 그린벨트 내에 농업용 비닐하우스를 짓고 그 속에서 생활하면서 행정당국의 단속의 눈을 피해 왔던 것이다.
비닐하우스는 무늬만 농업용 일 뿐 내부는 에어컨 등 냉난방 장치를 갖춘 훌륭한 주거시설로 이용돼 왔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이웃마을 주민들 집에 세든 것처럼 서류를 만들어 그쪽으로 우편물을 받고 있으며, 전기 및 수도는 허가된 건축물에서 끌어들여 사용하는 등 편법도 동원됐다.
주민 이혁재(46)씨는 “비닐하우스에 대한 불법 시비가 사라져 마음놓고 살 수 있을 것 같다”며 “그동안 주위로부터 받았던 따가운 눈총을 피 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하남시 관계자는 “이번 대법원 판결은 사실상 비닐하우스도 주거시설로 인정한 것”이라면서 “무허가 비닐하우스주민들이 새 주소를 얻게 되면 수도 및 전기사용 등 각종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