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특집] 보금자리 개발로 미사리 ‘하남유통 회센터’ 존폐위기

2009.09.22 20:42:46 14면

“15년 일군 생계터전 내놓으라니… ” 

 

 

무엇이 문제인가

“짠 소금물에 손바닥이 갈라지도록 15년 동안 활어장사를 해 벌어 모은 전 재산이 정부의 보금자리주택개발사업으로 몽땅 날아가게 됐습니다”

하남시 미사리 하남유통 A활어유통 안옥선(52)씨는 밤 잠을 설치기 일쑤다. 인근 망월동에서 남의 가게를 세 얻어 활어업을 해 오다 조합원 회센터를 분양받았으나 이 일대가 보금자리주택개발사업이 확정되면서 낭패를 맞았기 때문이다.

나머지 20여 개 점포도 안 씨 처럼 삶의 터전이 송두리채 날아갈 처지가 됐다.

100여명 임차상인 ‘하남유통’ 만들어
선동 일대 3개동 80여개 점포 신축추진
지난 4월 입주…한달뒤 보금자리 선정
300억원 새건물 고스란히 철거위기에


활어도매업을 벌이고 있는 안 씨는 지난 4월말 하남시 선동 212번지에 신축한 회센터 건물 100평을 15억원에 분양받았다.

안 씨는 “50평생을 남의 집 셋방에 살면서도 내 집 마련의 꿈을 뒤로 하고 전 재산을 몽땅 긁어 모아 마련한 점포이기에 내 목숨보다 더 소중하다”고 말했다.

안 씨는 턱없이 모자라는 분양가를 해결하기 위해 제2금융권에서 상인들끼리 서로 연대보증을 써 주고 돈을 빌렸고, 그래도 모자라는 돈은 친인척들을 통해 근근히 마련해 겨우 분양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안 씨의 기쁨은 잠시 뿐, 입주 한 달이 채 안 된 지난 5월11일 정부는 이 일대를 미사지구보금자리사업지구로 확정 발표했다.

안 씨는 높은 이자 때문에 한 달에 1천여 만원의 이자를 꼬박꼬박 은행에 주고 있다.

상인들은 당초 이 일대 1만2천 여 ㎡에 회센터 3동이 들어서면 80여 개 점포가 입주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자연히 상권이 유지돼 장사에 유리할 것이라고 판단해 점포를 얻었다.

하지만 정부의 보금자리주택개발사업 발표 이후 완공된 건물은 허가(착공계)를 받지 못하고 있는데다 1동은 공사 마저 중단됐다.

300억 들인 새 건물 무용지물 되나

미사리수산물센터는 서울 등 수도권과 가깝고 고속도로와 근접한 지리적 이점 때문에 활어값이 15% 이상 싸다.

이 때문에 수도권은 물론 대전권 및 강원권까지 몰리는 등 성업 중이다.

특히 미사리수산물센터는 국내 활어수요의 3분의1 이상을 소화하는 활어도매전문시장으로 자리하고 있다.

현재 하남시 망월동 선동 일대는 수산물 도·소매 업체 180여 개가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가운데 105개 업체가 임차상인 들로 구성 돼 있는 등 규모에 비해 대부분 영세 상인들이다.

활어상인들 사이에는 자기 점포를 갖는 것이 유일한 꿈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지난 2007년 100여 명의 상인들이 조합을 결성한 뒤 하남유통을 설립하고, 자금을 끌여 들여 조합원 점포를 직접 건축에 나섰다.

이렇게 태동한 것이 하남시 선동 212번지 일대의 하남유통 조합원 활어회센터이다.

조합은 토지매입 및 건축공사비 등 회센터 건립비로 이미 240억원을 써 버렸다.

여기에 세금 및 은행이자 등 금융비용을 합치면 회센터 건립에 쓰인 돈은 300억원에 달한다고 조합원들은 주장했다.

멀쩡한 건물 살릴수 없나

조합원들은 국토해양부 및 대한주택공사를 상대로 제척을 요구하는 민원을 냈다. 그러나 국토해양부는 사업 형평성을 이유로 제척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조합원들은 새 건물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존치를 요구하고 있다.

조합원들은 “수 백억 원을 들여 지은 건물을 형평성만 적용해 허물어 버리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손실”이라며“현재의 자리를 활용할 수 있는 유통지원시설로 유치해 줄 것”을 희망하고 있다.

수억 빚 20여 점포 ‘고사직전’ 내몰아
“새건물 이용하면 더 경제적” 목소리
국토부·주공에 제척요구 민원냈지만
‘사업 형평성 인해 불가’ 원칙 고수만


하남유통 이권후(48) 대표는 “조합원들의 피와 땀이 서린 건물”이라면서 “어떻게 해서든 대책을 세워 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건물이 지어진 하남유통 부지 옆에 2만여 ㎡(약 5~6천평) 만 추가해도 미사리 회센터 이전민원은 모두 해결 될 수 있다”며 “정부 차원의 대책마련을 요구하겠다”고 덧붙였다.

진병철 조합원은 “20여개 점포가 금융기관으로부터 수 억원씩 빚을 얻어 신축건물에 입주했으나, 보금자리주택개발사업지구로 지정되는 바람에 미입주 점포가 발생하는 등 상권 형성이 전혀 안 되고 있다”며 “조합원들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이므로 정부가 대책을 세워주길 바란다”고 하소연 했다.

 

“보금자리와 상생 가능”

“보금자리주택개발사업 취지에 맞게 신규 건축물을 존치해야 공급원가를 낮출 수 있습니다” 하남유통 이권후 대표는 “형평성 한가지 때문에 멀쩡한 상가 건물이 헐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적극 재고돼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 하남유통 이권후 대표
-주택공사와 대화는 해 봤나.
▲탄원서를 2번 냈으나 형평성을 이유로 어렵다고 했다.

 

-존치를 주장하는 이유는.
▲보금자리 끝자락이고 접근성도 좋다. 새 건물을 헐고 새로 짓는 것은 그만큼 경제적으로 손실이다. 기존 건물을 활용하면 조성원가가 낮아질 것이고 저가아파트를 공급하는 사업 목적에도 맞다고 본다.

-주택공사가 거부하는 입장인데.
▲강남 세곡지구도 우선해제지역은 사업지구에서 제외했다. 형평성을 논하는 것은 행정편의적 발상이다. 우리 민원을 들어주는 것은 미사리 일대 활어상인들의 민원을 자동해결 하는 역할도 된다.

 

 

“그대로 두면 모든게 해결”
“15년 동안 한 푼도 못쓰고 어렵게 마련한 점포인데 무조건 철거한다면 우린 어떻게 하란 말입니까”
하남유통 조합원 안옥선씨는 “보금자리 주택이 들어서면 내 분신같은 가게가 사라진다니 억장이 무너질 것 같다”며 긴 한숨을 몰아쉬었다.


   
▲ 조합원 안옥선
-정부가 보상해 준다고 하지 않았나.
▲들어간 돈 만큼 보상해 줄리 만무이고, 남의 집 세살이 정리할려고 분양받았는데 너무 안타깝다.

-은행에서 얼마나 빌렸나.
▲총 15억원 가운데 은행에서 10억원을 빌렸다. 거기다가 제2금융권이라 이자도 비싸다. 그래도 장사만 잘 되면 갚아 나가면 되는데…. 빼앗긴다니 점포도 덜 차고 손님이 없어 장사도 생각만큼 덜 된다.

-그렇다면 존치만 되면 다 해결되나.
▲그렇다. 가만히 있어도 빈 점포는 다 채워질 테고, 손님도 몰려 들 것이다. 이 멀쩡한 새 건물을 써 먹어야지. 기자 양반 제발 그렇게 되게 좀 해 줘.

 

이동현 기자 leedh@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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