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의 고독 ‘몸짓으로…’

2012.11.21 20:35:17 16면

한뫼국악예술단, 25일 ‘추사 21세기로 걸어나오다’ 무대
‘김정희 선생 일대기’ 7장 구성 극
희로애락, 춤· 3D기법으로 표현
과천·경기문화재단 지원 도움

 

과천에 뿌리를 내리고 예술 활동을 해온 한뫼국악예술단이 추사 김정희 선생 기념사업회와 손잡고 ‘추사 21세기로 걸어나오다’라는 작품을 25일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 무대에 올린다.

한뫼는 이 공연을 통해 추사의 아픔과 환희, 사람으로선 견디기 힘든 고독 등 일대기를 춤과 3D 기법을 빌려 차분하게 풀어나간다.

7장으로 구성된 극은 추사가 귀양에서 돌아와 말년을 보낸 과지초당에서 마음을 비운 채 그저 붓 가는 대로 맡긴 불이선란(不二禪蘭)을 치고 한켠엔 무용수들이 필선을 따라가며 격조 높은 춤을 추는 것으로 막이 열린다. 그림을 완성한 추사가 잠시 상념에 빠질 즈음 무대는 플래시백으로 패기 넘치던 젊은 시절로 되돌려놓는다. 홍등이 걸린 화려한 연경거리에서 젊고 아리따운 여인들의 화려한 춤으로 환영하자 그도 덩실덩실 춤으로 화답한다.

연경에서 만난 청조 대학자 옹방강과의 이별은 주학년의 전별도 영상 속에 재현돼 사제지간의 애틋한 헤어짐이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3장 구름위의 구름, 꿈속의 꿈은 순탄하던 벼슬길을 걷던 그가 강직한 성품 탓에 미움과 모함을 받아 두 차례에 걸친 귀양살이로 고난을 겪는 모습을 담았다.

그를 질시하는 세력을 귀신을 닮은 탈로 형상화했고 무용수들은 다소 거칠고 어지러운 춤으로 긴장감을 높이는 동시 당시 추사의 심정을 대변한다.

제주 유배 시 배를 탄 추사가 거센 파고를 헤치고 나가는 4장은 애니메이션으로 처리했지만 사실감이 두드러져 관람객들이 마치 파도에 휩쓸려가는 듯한 착각에 빠뜨리게 한다.

오래도록 잊지 않을 인연들(5장)은 외롭고 쓸쓸한 제주생활을 달려준 제자에 대한 감사함과 사별한 아내에 대한 그리움이 절절히 배여있다.

세한도(歲寒圖)는 한 획 한 획 영상에 나타나고 아내 역을 맡은 한뫼 오은명 단장의 애절한 춤사위는 공간의 미세한 흐름을 쫒아 관객에게 전달돼 자신도 모르게 눈가를 붉게 만든다.

특별출연하는 김문수 도지사는 김정희가 제자인 우선 이상적에게 보내는 편지인 ‘세한도 발문’을 낭독한다.

마지막 기력을 다해 판전(板殿)을 완성하고 생을 마감한 ‘추사 21세기와 만나다’의 끝은 김정희의 학문에 대한 열정을 표현한 ‘마천십연(磨穿十硏) 독진천호(禿盡千豪)’가 장식한다.

“붓 천 자루와 벼루열개를 닳아 없애고도 추구하는 예술의 세계는 끝이 없다”고 탄식하는 추사 곁에 무용수들은 옷에 붙은 습작들을 조용한 율동으로 하나하나 뜯어내는 것으로 그의 예술세계를 찬양한다.

이 공연은 특정 색상을 투명하게 처리하는 영상 합성 기법인 크로마를 도입, 전별도에 나오는 정자와 세한도 등을 표현, 사실감을 높였고 배경음악은 때론 애절하게 때론 장중하게 공연전반에 걸쳐 울려 퍼져 극의 무게를 더했다.

한뫼 오은명 단장은 “이번 작품은 심혈을 기울인 만큼 결코 관객들이 실망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여건이 허용된다면 스케일이 큰 추사 뮤지컬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추사 기념사업회 최종수 회장은 “그간 과천시와 경기문화재단이 지원을 아끼지 않아 추사 조명에 큰 보탬을 주었다”며 “이번 공연으로 추사를 한층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진수 기자 kjs@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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