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산책]목련

2013.03.11 21:05:28 20면

 

목련              /우대식

목련이 날렵하고 부드러운 새를

물고 있다

딱딱한 자신의 몸에서

지상을 향해 희디흰 천 마리 새를 내뿜으려고

호흡을 가다듬는 중이다

숨소리가 들린다

흰 빛깔에 알맞은 햇살 한 줌이면

지상은 온통 새들의 세상이다

새는 사람의 마음을 물고

높이, 멀리

날아간다

비가 오기 전까지

출처 - 우대식 시집 『설산국경』- 2013년 중앙북스

 

바야흐로 봄이다. 봄꽃나무 아래에 서면 마음이 환해지는 까닭이 무엇인가 했더니 “날렵하고 부드러운 새”를 물고 있기 때문이었구나. 흰 목련은 시심을 동하게 하는 마력이 있는 것 같다. 어떤 시인은 삼베옷을, 또 어떤 이는 어머니를, 사랑하는 이를 떠올리며 시를 썼는데 우대식 시인은 “새는 사람의 마음을 물고” 날아간다고 노래한다. 새가 날아가는 동안 지상의 나날은 견딜 만하다. 새를 내뿜을 때 나무는 상상을 초월하는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일생의 에너지를 끌어 모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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