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산책]배꼽

2013.03.27 21:29:54 20면

 

배꼽

살구꽃 자리에는 살구꽃비

자두꽃 자리에는 자두꽃비

복사꽃 자리에는 복사꽃비

아그배꽃 자리에는 아그배꽃비 온다

분홍 하양 분홍 하양 하냥다짐 온다

살구꽃비는 살구배꼽

자두꽃비는 자두배꼽

복사꽃비는 복숭배꼽

아그배꽃비는 아기배꼽 달고 간다

아내랑 아기랑

배꼽마당에 나와 배꼽비 본다

꽃비 배꼽 본다

출처- 박성우 시집 <자두나무 정류장> 2011년 창비

 

모든 꽃이 진 자리에 비가 내리고 있다. 직선으로 내려오는 비는 떨어지면서 몸을 바꾼다. 그래서 ‘자두꽃 자리에는 자두꽃비’, ‘복사꽃 자리에는 복사꽃비’, ‘살구꽃이 핀 자리에는 살구꽃비’가 내린다. 빗줄기는 가느다랗게 내려오다가 땅에 떨어질 때는 동그랗다. 이 동그란 빗방울은 배꼽과 닮았다. 그래서 시인은 살구꽃비는 살구의 배꼽, 복사꽃비는 복숭아의 배꼽이라고 쓴다.

아내와 아기가 마당에 나와서 빗방울이 번지는 것을 보고 있다. 갑자기 마당은 커다란 배꼽이 된다. 이때 시인은 비를 우주와 연결된 탯줄처럼 느꼈을까? 내리는 비를 보다가 시인은 배꼽비라고 불러본다. 모든 꽃비에 젖으러 배꼽의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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