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 산책]뱀

2013.04.17 19:56:18 20면

 

뱀                                                                       /장이엽

꽃잎 아래

똬리 틀고 숨어도

네 음산함을 숨길 수는 없어

가늘게 흔들리는 꽃가지의 떨림이 땅 속으로 전해져

구름 조금 낮고 빗방울 흩뿌리던 어떤 날, 날름 한입에

빨려들던 어린 개똥지바귀의 날갯짓을 난 보았어

고 가느다란 두 눈에

하늘을 다 담는다고

네 마음이,

하늘이 되냐?

-장이엽 시집 <삐뚤어질 테다>에서

 

 

 

童心이란 아이들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리라. 아이들의 생각에는 어른들의 인생에 묻어있지 않아 그야말로 자연스럽고 천진할 것이다. 아이들은 그들이 그들의 나이에 알아서는 안 되는 것들이 있게 마련이고,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미래의 꿈과 필요한 지식을 알도록 하는 데 최선을 다한다. 뱀을 바라보는 눈도 차이가 있다. 시인은 동심의 시각으로 뱀을 바라본 듯하다. 그러니까 약간의 차이야 있겠지만, 이 뱀은 호랑이어도 무방하고, 치-타여도 무방하다. 약자에 대한 잔혹한 살생이 악마의 얼굴로 다가온 것이다. 천성이 악한 자는 아무리 그 이빨과 발톱을 숨겨도 끝내는 정체가 드러나게 마련이다. 하늘을 닮는다고 하늘이 될 수 없는 존재들, 세상 곳곳에 뱀처럼 똬리를 틀고 있는, 그들로 인해 세상은 험난할 수밖에 없다. /장종권 시인

 

경기신문 webmaster@kgnews.co.kr
저작권자 © 경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영덕동 974-14번지 3층 경기신문사 | 대표전화 : 031) 268-8114 | 팩스 : 031) 268-839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엄순엽 법인명 : ㈜경기신문사 | 제호 : 경기신문 | 등록번호 : 경기 가 00006 | 등록일 : 2002-04-06 | 발행일 : 2002-04-06 | 발행인·편집인 : 김대훈 | ISSN 2635-9790 경기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20 경기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g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