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마공원 마필관리사 이원문(57·사진)씨는 낮에는 말을 가꾸고 밤에는 언어를 다듬는 시인으로 그의 시집엔 지금까지 걸어온 인생행로가 오롯이 담겨있다.
부친이 6.25때 한쪽 눈을 실명한 참전용사로 제대 후 남의 논을 빌려 농사를 지었으나 가난은 늘 그의 곁을 떠나지 않았고 학창시절 교지에 글이 실릴 만큼 글짓기 솜씨는 타고 났으나 집안 형편으로 문학의 꿈을 접었던 가슴앓이를 겪었다.
지난 2009년 6월 문학광장 시 부문 신인상에 당선돼 시인으로 등단한 그는 그해 ‘백마의 눈물’을 시작으로 모두 27권의 시집을 통해 가슴 한구석 쌓여있던 슬픔과 자신을 스쳐간 추억들을 고스란히 담았다.
가난은 결혼 후에도 이어져 ‘웃음 잃고 근심으로 가득 찬 아내, 꽃을 보며 그렇게 좋아했던 날 그 미소 다 어데 갔나’며 안쓰러워했고 모진 고생하며 돌아가신 어머니에겐 ‘밥풀 하나까지 입어 넣어주시고 자신이 쥔 것도 내게 주시면 어머니는 무엇을 쥐고 계시렵니까’라고 회상했다.
“정해진 틀이나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내가 살아온 세월을 있는 그대로 노래하고 표현했습니다. 꿈에서라도 아픈 기억을 바람에 실어 보내고 홀가분해진 저를 상상하고 싶다는 간절함도 시를 쓰게 한 계기이기도 했습니다.”
눈물, 비참, 거친 세상, 야속한 세월 등의 단어들로 점철된 시어들은 2000년대 후반부터 잔잔한 강물처럼 서정적으로 흐른다.
‘봄바람 타고 초여름으로 넘어가는 보릿고개 언덕 넘어 고향의 개울은 동심을 불러 모아 손짓하며 놀자하네’, ‘매미 우는 고향언덕 소나기 지나가고 개울가 아이들 수박 띄워 물놀이한다’, ‘강 건너 들을 지나 불어온 바람 동산 언덕 내려와 들녘 물들이고’ 등이 수록된 ‘작은 소망’ 시집이 대표적이다.
“앞으로도 할 얘기가 많을 것 같다”는 이원문 시인은 “퇴직 후 전국을 돌며 기행문을 쓰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