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 산책]귀환

2013.09.22 19:40:39 20면

귀환

/쉼보르스카

돌아와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속상한 일이 생긴 것이 틀림없다.

옷을 입은 채 잠자리에 들어서는

담요 아래로 머리를 파묻고

두 무릎을 끌어당겼다.

나이는 마흔 살 가량, 하지만 이 순간엔 아니다.

있는 - 일곱 겹 살갗 너머 엄마 뱃속,

보호되는 어둠 속에 있는 동안,

내일은 전 은하계를 비행할 때의

인체의 항상성恒常性을 강의할 거지만,

일단은 웅크린 채 잠이 들었다

쉼보르스카 시집 ‘모래 알갱이가 있는 풍경’ / 문학동네



엄마 뱃속의 시절을 기억하진 못하지만 엄마 뱃속의 시절이 가장 행복했노라고 누구나 말한다. 우리는 필연적으로 엄마 뱃속에서 분리되었으므로 필연적으로 엄마 뱃속을 그리워한다, 특히 속상할 때. 세상살이는 속상한 일들의 연속이다. 누구를 탓할 것인가. 탓한다는 것은 또 다른 불화의 불씨가 된다. 조용히 혼자서 처리해야한다. 태어났기에 겪어내야 하는 삶의 과정이다. 마흔 살이나 되었으니 엄마를 목청껏 부를 수도 없겠다. 그러니 자신의 두 무릎을 끌어당겨 엄마의 뱃속을 만들자. 일곱 겹 살갗으로 보호되는 엄마의 뱃속, 그 따뜻함 고요함 속에 풍덩 빠져보자. 무의식에 남아있는 행복한 기억들이 달려올 것이다. 달려와 어루만져 줄 것이다. 괜찮아 괜찮아. /이미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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