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족의 혼이 담긴 그곳 사진속 풍경 눈이 부셨다

2013.12.11 21:47:59 16면

중국 운남성 원양제전 촬영
김종세작가 5년 걸쳐 방문
풍광 500점 이달까지 전시

 

중국 운남성 홍하주 원양제전(元陽悌田)은 소수민족인 허니 족의 혼이 담긴 곳이다.

외세에 쫓겨 산골로 피신했던 이 민족은 연봉된 산맥이 사방 60㎢에 달하는 방대한 면적을 호미와 괭이만으로 1천300년이란 장구한 세월, 다락 논을 일구었다.

쳐다만 봐도 어찔한 심한 오르막을 오르내리며 모진 목숨 연명하기 위해 잠자고 밥 먹는 시간을 빼고 손발이 부르트고 피가 나도록 땅을 파고 또 팠다.

한국카메라박물관 관장인 김종세 사진작가는 5년에 걸쳐 무려 13차례나 이곳을 방문, 사계절 풍광 500점을 찍어 이중 37점을 ‘허니족 천년의 혼’이란 타이틀로 오는 12월 말까지 박물관 지하1층 전시관에서 선보이고 있다.

신산한 삶 속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았던 이 민족이 해발 1천400~2천m의 중첩된 산맥을 오르내리며 피와 땀을 흘린 삶의 터전이었지만 역설적이게도 사진 속 풍경은 너무도 아름다웠다.

롱샷으로 찍은 수많은 논둑들의 행진은 물결처럼 일렁이고 계절에 따라 온통 세상은 금빛과 초록빛으로 물들이고 해넘이 무렵, 하늘과 대지는 온통 노을 색으로 채색돼 보는 이를 황홀경에 젖어들게 한다.

연중 기후가 온화하고 강우량이 풍부해 그런 걱정을 하지 않고 농사를 짓는 것이 이들 민족의 축복이라면 축복이다.

토질이 점토로 논둑이 마치 칼로 벤 듯 반듯해 해마다 보수를 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축복 중 하나이나, 물이 마르면 논바닥과 논둑이 갈려져 사시사철 논엔 물이 그렁그렁하다.

사방천지 가득한 물은 거대한 호수로 변해 따듯한 기온과 더해 만들어진 운무는 산골짜기를 덮어 탄성을 자아낼 정도로 장관을 이룬다.

주민들이 거주하는 산 정상을 빼곤 모두 운무로 자욱한 사진 속 정경은 지상이 아닌 마치 하늘에 붕 뜬 별천지를 연출하고 동녘에 해가 빠끔히 고개를 내밀 무렵, 찍은 사진의 산과 들판은 한 폭의 잘 그려진 수묵화를 연상한다. 벼 수확 후 논바닥에 가둔 물은 계절에 따라 하늘색과 붉은 색, 눈이 쌓여 있는 것처럼 하얗게 변하는 모습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 중 하나다.

산 정상이나 중턱에 자리 잡은 집들은 예전 우리네 농촌을 보는 듯 정겹다.

전시회장엔 없지만 그가 제작한 도록엔 전통복장을 한 아낙네들의 동네잔치와 장터 등의 모습이 단편적이나마 수록돼 일상을 들여다볼 수 있다.

김종세 작가는 “다락 논은 한 민족의 희로애락이 한 곳에 함축된 터전”이라며 “앞으로 필리핀과 네팔, 베트남 등지의 다락 논도 출사해 더 좋은 작품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kjs@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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