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시 고위 공직자들의 퇴임문화에 잔잔한 변화바람이 불고 있다.
예전엔 시청대강당에서 전 직원이 모인 가운데 정년이나 명예퇴임 공무원들의 퇴임사 낭독과 직원들의 꽃다발 증정 등 다소 번거로운 절차를 거쳤지만 최근엔 그런 행사를 생략하고 나홀로 조용히 물러나는 풍토가 자리잡고 있다.
지난달 31일자로 34년의 공직생활을 마감한 권영구 기획감사실장은 이날 오전 전 직원에게 보내는 편지와 기념촬영을 하는 것으로 퇴임식을 대신했다.
권 실장은 편지를 통해 “결코 짧지 않은 긴 세월을 공직이 천직이라고 생각하며 늘 긴장하고 자존심과 명예를 소중히 하며 생활했다”며 “이런 원칙을 지키며 대과없이 명예퇴임을 할 수 있게 된 것을 크나큰 행운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돌이켜보면 후회스럽고 부족한 일도 많았지만 체육발전 5개년 계획을 수립해 어린이 축구교실 등 과천시 생활체육을 발전시키고 국내 제일 정보과학도서관을 개관하는 등 보람도 컸다”고 긴 공직생활을 회상하기도 했다.
하루 앞서 퇴임한 민원봉사과 신미희 과장도 시장실에서 몇몇 간부공무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약식으로 퇴임식을 가졌다.
과천 공직사회의 이런 변화는 2011년부터 일기 시작해 그해 6·12월 각각 퇴임한 박준범 전 의회사무과장과 나병찬 전 기획감사실장이 퇴임식 없이 공직생활을 마감했고 이듬해 6·12월 윤현숙 전 갈현동장과 신오성 전 주민생활지원실장도 이런 과정을 밟았다.
/과천=김진수기자 kj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