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 산책]재구성되는 저녁

2014.04.02 21:50:49 20면

 

재구성되는 저녁

                                                    /이정란

기다렸다는 듯

새들이 공기 알갱이 속에서 새어 나와

날개를 찾아 단다

부스러진 햇살 조각들은

일찍 문 닫은 갤러리 유리문 앞에서

없는 귓바퀴를 만지고 있다



나는 직립을 버리고

그림자를 뒤적인다, 달의 생각이

명료해질 때까지



방금 뒤집힌 모래시계 안에서

사막이 깊어지고 있다

사막은 이 저녁에 닿기 위해 건너야 했던

나와 당신

그 속으로 손을 찔러 넣으면 따뜻하고 말랑한

심장이 만져진다

-이정란 시집 ‘눈사람 라라’ / 천년의 시작

 



 

직립보행을 시작하면서부터 인간은 바쁘고 불안한 시간을 갖게 되었는지 모른다. 어스름과 함께 시작되는 저녁은 직립을 버리는 시간이다. 햇빛 아래 고단했던 직립의 몸들을 수평으로 누이는 저녁은 느리고 차분하게 온다. 종일 따라 다닌 자신의 그림자 속에 파묻히는 느낌으로, 바쁜 하루를 되짚어가는 반추의 시간으로 저녁은 우리를 안내한다. 이 명료한 저녁에 닿기 위해 나와 당신이라는 지리멸렬한 사막을 건너왔다. 직립을 버리면 아직 따뜻하고 말랑한 자신의 심장이 만져진다.
/이미산 시인

 

경기신문 webmaster@kgnews.co.kr
저작권자 © 경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수원본사 :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영일로 8, 814호, 용인본사 :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영덕동 974-14번지 3층 경기신문사, 인천본사 : 인천광역시 남동구 인주대로 545-1, 3층 | 대표전화 : 031) 268-8114 | 팩스 : 031) 268-839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엄순엽 법인명 : ㈜경기신문사 | 제호 : 경기신문 | 등록번호 : 경기 가 00006 | 등록일 : 2002-04-06 | 발행일 : 2002-04-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경기, 아52557 | 발행인·편집인 : 표명구 | ISSN 2635-9790 경기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20 경기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g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