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집행률 2.51%에 그쳐
우리, 신규대출 7.4% 불과
하나, 중소상인에 0.21% 대출
기업인 “영세 이유로 대출꺼려”
시중은행 “홍보 부족…” 해명
메르스 피해로 돈줄이 마른 영세상인과 기업들에게 은행 문턱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내 시중은행 등의 메르스 관련 대출실적이 지원한도의 5%에도 못 미쳐 ‘속빈 강정’이란 지적이 많다.
28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 등 5개 은행의 25일까지 메르스 피해 중소상공인 대상 신규대출 규모는 약 154억7천만원이다.
당초 이들 은행이 메르스 지원으로 마련한 재원(8천500억원)의 4.29%에 불과하다.
농협은행은 지난 17~25일까지 모두 289건에 걸쳐 66억8천만원을 대출했다.
이중 메르스 관련 대출은 3천억원이이며, 신규대출 비중은 2.22%에 그쳤다.
대출 만기일을 1년간 연장해 주는 ‘만기 연장’(8억6천만원)까지 포함해도 집행률은 2.51%에 지나지 않는다.
같은 기간 국민은행은 메르스 피해지원을 위해 마련한 재원(3천억원) 중 0.95%인 28억6천만원의 대출을 승인했다.
우리은행도 지난 15~25일까지 메르스 관련 신규대출은 지원한도의 7.4%인 37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메르스 피해 상공인에게 1천억원의 운전자금을 대출하겠다고 밝힌 신한은행도 2.02%(20억2천만원) 수준이었다.
이마저도 병·의원 등을 포함한 보건 분야에 11억4천만원이 지원돼 신규대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밖에 하나은행은 25일까지 모두 0.21%(2억1천만원)를 중소상공인 등에게 빌려주는데 그쳤다.
불과 며칠 전까지 시중은행들이 메르스 피해지원에 서로 앞다퉈 나서며 떠들썩하게 홍보했던 것과는 딴판이다.
이때문에 메르스 피해에도 불구하고 영세 상공인과 서민들이 이용하기에 은행문턱은 여전히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인 조 모(45·화성 팔탄면)씨는 “은행들이 메르스 피해지원을 위해 당장이라 돈을 빌려줄 것처럼 발표했지만, 정작 은행 창구에선 영세한 기업규모 등을 이유로 대출을 꺼리기 일쑤”라며 “당초 장밋빛 발표로 온갖 생색은 다 내놓고 문턱은 낮추지 않는다면, 서민과 소상공인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이에 대해 은행 측은 홍보가 부족해 당초 기대한 신규대출 규모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수원시내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대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데다 홍보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서 신규대출 실적이 크지 않은 편”이라며 “속도가 더디긴 하지만 점차 늘고 있는 추세여서 시간이 지나면 대출이용 실적도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현민기자 hmyun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