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산책]하염없이

2017.02.16 19:04:12 16면

하염없이

/이미산

비를 생각하면

누군가 중얼거린다, 발가락을 만져보렴



비가 오잖아, 내가 중얼거리면

문득 나비 한 마리, 발바닥에 새겨지는 나비의 날개



비는 수없이 다녀가고

저수지 바닥에 엎드린 조약돌, 물결로 흩어지는 구름

그리고 또 기다린다, 비가 와야 할텐데



기다리는 순간 비는 곁에 와 있다

주머니 속에 목마른 하루, 덜그럭거리는 북극성

다시 축축한 손바닥 다시 축축해지는 기억



비를 가두고 비를 기다리다 지친다

미끄러지는 습관, 뜨거워진 맨발, 이마가 빵빵한 배꼽들



텅 빈 신발 속엔 눈동자 머금은 얼룩들

타들어 가는 가슴엔 층층이 누운 비의 그림자들

-시집 ‘저기, 분홍’

 

 

 

비가 스며들어 시인을 점령합니다. 비는 축축하기만 해서 어느 것 하나 습기에 노출되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감정을 가졌을까요? 타는 목이 되어 덜그럭거리는 별이 되어 기억을 끌어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억들조차도 물컹해지는 성질을 갖고 있습니다. 이 시는 비에서 시작된 나이거나 너인 대상과 나누는 밀담입니다. 시인은 온전히 비를 경청하고 말하는 중인데, 마치 비와 샴이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같은 그림자를 나눠 갖고 있습니다. 돌아보면 떠다니는, 흘러다니는 것 모두 우리의 이면 혹은 너이어서 함께 축축해질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고독한 비의 날들이 내리는 중입니다. /김유미 시인

 

경기신문 webmaster@kgnews.co.kr
저작권자 © 경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수원본사 :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영일로 8, 814호, 용인본사 :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영덕동 974-14번지 3층 경기신문사, 인천본사 : 인천광역시 남동구 인주대로 545-1, 3층 | 대표전화 : 031) 268-8114 | 팩스 : 031) 268-839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엄순엽 법인명 : ㈜경기신문사 | 제호 : 경기신문 | 등록번호 : 경기 가 00006 | 등록일 : 2002-04-06 | 발행일 : 2002-04-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경기, 아52557 | 발행인·편집인 : 표명구 | ISSN 2635-9790 경기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20 경기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g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