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마을 소멸의 위기와 ‘마을자본주의’

2017.03.19 19:48:18 인천 1면

 

“아이 하나 키우는 데 마을전체가 필요하다.”

전인적 교육을 이야기 할 때 흔히 인용되는 말이다. 그러나 요즘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마을이 무수히 늘어나고 있다. 자출산 고령화로 마을이 소멸되고 있고 국가경쟁력이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마찬가지로 지방자치단체 역시 뾰족한 대안이 없다. 더 나아가 지방자치의 존재 가치를 심각하게 고민해야할 정도다. 자치의 주체인 마을이 송두리째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라 향후 30년 안에는 전국에서 84개 시·군과 1천383개의 읍·면·동이 소멸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가평군은 어떤가? 가평군의 경우 126개 행정리 가운데 83개리가 소멸위기의 마을로 조사되고 있다. 인구 자연증가율도 경기도에서 지난 7년째 계속 꼴찌다. 39년간 공직생활을 하면서 지역발전을 위해 고민과 실천을 해온 나로서는 정말 충격적인 통계다.

우리군은 요즘 공동체 마을만들기를 열심히 추진하고 있다. 나는 마을 주민들에게 ‘마을로 귀환’, ‘산촌 자본주의’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군은 물론 전국적으로 마을 소멸 현상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공동체 마을 ‘만들기’가 아니라 공동체 마을 ‘구하기’로 정책테마를 바꿔서 시행해야 할 것 같다. 이러한 고민속에서 ‘마을자본주의’라는 개념을 생각해봤다. 일본에서 이미 주목을 끌었던 ‘산촌자본주의’의 가평군 모델을 만들어 보고자 하는 말이다. ‘마을자본주의’는 예전부터 우리 마을공동체가 갖고있던 자본의 가치를 제대로 활동해서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역발상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이 패러다임은 앞으로 여러 실천과 이론적 정비를 통해 좀 더 체계화될 것이다. 일단 그 원초적 개념으로 다음 세가지를 제시해 본다.

우선 사람을 중심으로 한 자본을 강화해야 한다. 즉 이전 마을공동체가 갖고있던 사람간의 관계와 신뢰의 자본, 흔히 ‘사회적자본’이라고 하는 마을자본을 강화해야한다. 그동안 마을공동체를 살리겠다며 정부가 성급하게 보조금을 지급한 것은 마을에 분열과 갈등을 심화시켜 오히려 마을의 사회적 자본을 고갈시켰다. 마을 ‘구하기’는 그래서 먼저 마을주민들 간의 관계를 복원하고 신뢰를 쌓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두번째는 마을이 갖고 있던 다양한 자연자원을 재조명하고 활용해서 마을 자본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마을자산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국가가 무역적자와 흑자를 따지듯 마을도 내부자원과 외부자원을 팔고 사면서 적자와 흑자를 한번 따져보자. 마을이 경제적으로 흑자를 낼 수 있는 방법을 만들다 보면 마을안에서 새로운 일자리도 생기고 마을에 젊은 사람들도 들어오게 될 것이다.

세번째는 자치단체 최초로 ‘마을자본주의 기금’을 제안해 본다. 아떤 마을 공동체가 공익적 목적을 위해 사업을 제안하면 그 사업 실행을 위해 무이자로 빌려주고 30년 후 상환하게 하는 것이다. 외부의 자금지원 없이도 마을이 자립적으로 지속가능한 사업을 펼쳐가게 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미 가평군의 여러 마을들은 한강수계관리기금, 발전소 지원기금, 송전탑 지원기금 등 다양한 마을기금들을 갖고 있다. 이러한 기존의 마을기금들을 잘 사용할 수 있도록 마을기금신탁제도를 운영하는 것도 ‘마을자본주의 기금’제도 속에서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저성장과 저소득이 지속되눈 뉴노멀(New Normal)시대, 마을은 이미 오래 전부터 뉴노멀 시대였다. 그래서일까. 세계는 마을과 로컬리즘을 주목하고 있다. 전세계 작은 마을들의 다양한 성공 스토리는 ‘마을자본 주의’의 이론적 근거가 될 것이고 마을의 성공을 가능케 한 로컬리즘은 ‘마을자본주의’의 철학적 배경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존의 자본주의 시스템 속에서 마을 소멸의 위기를 맞고있는 가평군이 ‘마을자본주의’를 통해 부흥의 기회를 갖게 되길 희망한다.

 

경기신문 webmaster@kgnews.co.kr
저작권자 © 경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흥덕4로 15번길 3-11 (영덕동 1111-2) 경기신문사 | 대표전화 : 031) 268-8114 | 팩스 : 031) 268-839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엄순엽 법인명 : ㈜경기신문사 | 제호 : 경기신문 | 등록번호 : 경기 가 00006 | 등록일 : 2002-04-06 | 발행일 : 2002-04-06 | 발행인·편집인 : 김대훈 | ISSN 2635-9790 경기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20 경기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g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