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

2017.05.15 21:02:51 16면

 

5월은 어버이날, 대선일, 스승의 날이 함께 존재하는 달이다. 이에 5월을 맞아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의 의미를 되새겨 보았으면 한다.

그동안 군사부일체라는 말은 군사부(君師父)가 대우받기 위한 말로 쓰였을 것이다. 그동안의 쓰임은 적어도 임금과 스승과 부모는 일체이니 모두 똑같이 섬기라는 생각으로 대우받는 사람 중심으로 사용되어 그 실제적 의미가 왜곡되어 사용되었다.

요즘은 정부에서도 혁신, 교육에서도 혁신, 부모마저도 혁신을 내세운다. 하지만 내 자신부터 혁신하겠다고 달려드는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다. 혁신은 나의 얘기가 아니라 항상 다른 사람들이 혁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수천 년 정치 문화 종교 교육이 있었음에도 혁신이라는 말은 언제나 본질을 찾지 못하고 그 의미도 모르는 채 회자되고 있는 것이다.

혁신은 어려운 것이 아니라 본질에 충실한 것이다. 그동안의 군사부일체를 ‘대접받을 내가 아니라 대접 받아야 할 너’로 발상의 전환만 한다면 모든 문제는 쉽게 해결된다. 아무리 좋은 시스템이 정비된다고 해도 구성원의 마음으로부터 혁신하지 않으면 혁신이란 말은 언제나 공허한 메아리가 되기 때문이다.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를 ‘군군사사부부야(君君師師父父也)’로 풀어 보자. 임금은 임금답게, 스승은 스승답게, 부모는 부모답게 그 소임을 다한다면 왜 혁신이 필요하겠는가? 즉 임금이 고달프면 백성이 편하고, 스승이 고달프면 제자가 이롭고, 부모가 고달프면 자식이 행복하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대통령이 덕을 잃으면 국민이 불행하고 스승이 덕을 잃으면 학생이 고달프고, 부모가 덕을 잃으면 자녀가 불행한 것이다.

요즘 학생들은 일등부터 꼴등까지 학원에 다닌다. 부모님들의 입장에서 내 자녀를 학원에 보내면 최소한의 부모로서의 도리를 다했다는 안도감이 들기 때문이다. 어떤 부모는 자녀의 고통은 생각지 않고 내 자녀가 어느 학교에 다닌다고 자랑하기 위해 자녀의 진로적성과는 맞지도 않는 곳에 억지로 보내는 경우도 있다. 이 부모는 자신의 소원은 풀었지만 공교육 과정 내내 자신의 아이가 병들어 가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한다.

커트라인이라도 붙어서 들어가길 원하는 학부모들과 달리 정서적으로 성장할 나이에 지속적인 열패감으로 선생님을 어려워하고 점점 의기소침해서 친구와 단절되는 학생들도 보았다.

사회에서의 리더도 재학시절 학교에서의 리더 경험이 중요하다. 어떤 집단을 이끌기 위해 참을 줄도 알고 희생할 줄도 알고 배려하는 마음 봉사하는 마음을 스스로 경험을 통해 깨우치게 만들어야 하는데 부모들의 욕심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병들어 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니 안타깝다.

군사부 모두가 ‘나 중심의 태도를 너 중심의 태도’로 바꾸지 않는 이상 사회는 계속 혁신만 외쳐댈 것이다. 혁신의 가장 빠른 방법은 스스로의 깨우침인 ‘대오각성(大悟覺醒)’에 있다. 이것은 외적인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마음에서 스스로 깨닫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재원을 퍼부어도 이룰 수 없는 일이다.

결국 군사부에게 요구되는 덕목은 희생이다. 자기희생이 없이 타인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군사부일체는 사회를 병들게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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