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펄벅 여사가 한국에서 본 것

2017.07.18 19:13:00 16면

 

펄벅(Pearl S. Buck 1892~1973) 여사는 ‘대지’란 소설로 1938년 노벨문학상을 탄 분이다. 그녀가 1960년 한국을 방문하였을 때 감동받았던 이야기를 미국으로 돌아가 글로 남겼다.

한국 여행 중에 농촌 마을을 방문하기로 하고 경주 부근의 농촌을 방문하였는데, 방문한 마을에서 황혼 무렵에 진기한 풍경을 보게 되었다. 한 농부가 소달구지에 볏단을 싣고 가면서 자신도 지게에 볏단을 무겁게 진 채로 가는 것이었다. 그녀가 농부에게 다가가 물었다.

“소달구지에 볏단을 실으면 훨씬 편하게 갈 수 있을 텐데 왜 지게에 지고 가십니까?”

농부의 대답을 듣고 펄벅은 감동을 받았다.

“에이, 어떻게 그렇게 합니까? 저도 하루 종일 일했지만 소도 종일 일했는걸요. 짐을 서로 나누어지고 가야지요.”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었지만 서양인의 눈에는 진기하게 보였던 것이다. 고국에 돌아간 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었다고 소개하였다. 서양의 농부들이었다면 짐을 모두 소달구지에 싣고 자신도 소달구지를 탄 채로 귀가할 것이었기에 감동을 받은 것이다.

펄벅 여사는 한국의 농부가 소의 짐을 덜어 주고자 자신이 볏단을 한 짐 진 채로 소와 함께 귀가하는 모습을 보고, 온 몸에 전율을 느꼈다고 술회하였다. 함께 온 종일 일한 소를 배려하던 마음이 한국 농부의 마음이었고, 지금도 우리 한국인들의 마음 바탕에 그런 마음이 터를 잡고 있을 것이다.

요즘 두레마을에서 몸소 농사를 지으며 새로운 깨달음을 얻고 있는 나로선 오늘의 정치인도 기업인도 그리고 노동자들도 조상들의 이런 마음씨를 되살렸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아울러 동물은 고사하고 사람마저 도외시하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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