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고령 국가유공자들의 정전협정기념일

2017.07.26 20:03:58 16면

 

7월27일은 민족상잔의 비극 6·25전쟁을 멎춘 정전협정 64주년 기념일이다.

이제 전쟁에 참여했던 혈기왕성하던 젊은이들은 어느덧 노장이 되었고 언제 그랬냐는 듯 검었던 머리는 하얗게 되었으며 근육으로 뭉쳐졌던 사지는 검버섯으로 덮였다. 그들은 이제 사회적으로 관심 밖의 노인들이 되어 일부에서는 주책없는 노인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결코 그들 없이는 이 나라가 존재할 수 없었으며 오늘의 민주주의와 자유도 결코 없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이에 국가보훈처에서는 이런 고령 국가유공자들의 노후 삶의 증진을 위해 가가호호 방문하여 일상생활의 도움을 주는 재가복지지원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보훈처에서 운영하는 보훈섬김이가 저소득이면서 자녀가 부양하기 어려운 고령국가유공자의 가정을 매주 1~3회 방문한다. 이들은 가사도움, 병원방문 보조 등 어르신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업무를 지원하며 각종 복지 프로그램과 행정업무까지 도맡아 손과 발이 되어 드리고 있다.

특히 6·25전쟁이 일단락되었던 7·27 정전 협정기념일을 앞두면 고령 국가유공자들은 더욱 마음이 애잔해진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매주 한번씩 방문하는 보훈섬김이들이 더 기다려지고 댁에 방문해서 곰살맞게 식사며 집안일이며 꼼꼼하게 챙겨주는 손길이 때로는 멀리 떨어져 있는 자식보다 더 의지가 될 정도로 그저 고맙기만 하다고 말씀하신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과거 전쟁을 경험했던 나라로 그에 따른 국가유공자의 수가 매우 많고 연령또한 고령화 되면서 도움의 손길은 점점 더 많이 필요해지고 있다. 특히 이제 참전유공자의 평균연령은 87세로 향후 10년간 복지수여가 가장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보훈복지의 대상인 보훈대상자 중 상당수가 여성 어르신인 점도 주목할 만하다. 전쟁에서 생떼같은 남편과 자식을 보내고 전몰군경유족이나 미망인으로 평생을 살아오신 분들로써, 전쟁에서 총칼을 들고 직접 싸우지는 않았지만 그들 역시 이 시대의 피해자일 것이다. 어쩌면 그들은 더욱 큰 아픔을 간직한 채로 삶을 살아왔을 수도 있다.

그러나 곧 이런 역사의 산증인들을 이 땅에서는 볼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할 일은 무엇일까? 사회적으로 고령 국가유공자들에 대해 관심을 갖고 그들이 필요로하는 것들은 진정 무엇인지,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봐야 할 것이다.

지금도 고령 유공자 어르신들을 만날 때마다 이렇게 말씀하시곤 한다.

“우리는 대가를 바라고 전쟁에 참여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때는 목숨을 걸고 최선을 다해서 싸웠다. 그게 우리 후손을 위한 길이고 나라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많은 전우들이 희생과 헌신이 헛되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그들의 소망대로 우리는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기르고 그들의 헌신과 희생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만 할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아직 남아있는 그들의 삶이 얼마되지 않지만 숨쉬는 그날까지 보다 영예롭고 보람있는 삶이 되도록 돌봐드리는 것이며 ‘따뜻한 보훈(報勳)’이라는 슬로건에 걸맞게 보훈가족들은 기억하고 예우하는 것이리라 생각한다. 7·27 정전협정일을 맞아 주변 고령 국가유공자의 삶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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