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산책]분신화음

2017.08.06 19:24:24 16면

 

분신화음

/김규성

깨진 조각으로 제 몸을 치면 종은 가장 깊고 맑은 소리를 낸다. 연주회 자막에서 분신화음이라는 말을 엿보며 섬뜩했다. 오케스트라의 악기 하나하나마다 분업을 통해 일체를 이루는 데 그걸 분신分身이라고 하다니! 문득 나나, 당신에게 방금 한 사랑한다는 속엣말도 우주의 분신화음이라 생각하니 가슴이 뛰고 황홀하다. 실은 분산화음分散和音을 잘못 읽은 터였지만 그 오독이 오히려 고마웠다. 분산分散하지 않은 분신分身이 볼수록 눈부시다.- 현대시학 / 2016년 12월호


 

 

 

종종 오독은 뜻하지 않은 경이를 선사합니다. 시의 낯설기 기법에 부합하여 시인에겐 이런 오독이 반가운 시상의 기저가 되기도 하지요. 처음엔 잘못 표기된 제목인 줄 알았습니다. 끝머리에 가서야 그 까닭을 알고 살짝 미소가 지어졌지요. 분산화음은 화음을 동시에 연주하지 않고 한 음씩 차례로 연주하는 기법인데 흔히 아르페지오라고 합니다. 만약 시인이 이 말을 그대로 분산화음으로 읽었다면 이런 시가 태어났을까요? 악기 하나하나마다의 연주를 분신이라는 단어에 귀결시키고 사랑을 속삭인 속엣말도 우주의 분신화음으로 전이시켰으니 이토록 경이로운 시적발견이 일어난 것이겠지요. 그래서 시인도 그 오독을 고마워합니다. 분산(分散)이 아니어서 참말 눈부신, 아니 마음까지 부신 분신(分身)이군요. /이정원 시인

 

경기신문 webmaster@kgnews.co.kr
저작권자 © 경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수원본사 :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영일로 8, 814호, 용인본사 :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영덕동 974-14번지 3층 경기신문사, 인천본사 : 인천광역시 남동구 인주대로 545-1, 3층 | 대표전화 : 031) 268-8114 | 팩스 : 031) 268-839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엄순엽 법인명 : ㈜경기신문사 | 제호 : 경기신문 | 등록번호 : 경기 가 00006 | 등록일 : 2002-04-06 | 발행일 : 2002-04-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경기, 아52557 | 발행인·편집인 : 표명구 | ISSN 2635-9790 경기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20 경기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g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