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돼 정부가 15일 0시를 기해 전국 3천마리 이상 규모 양계장의 계란 출하를 잠정 중단하면서 양계 농가들이 깊은 시름에 빠졌다.
지난 겨울부터 올 초여름까지 전국을 휩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에 이어 폭염으로 인한 폐사 후유증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다시 출하중단이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15일 광주시에서 산란계 농장을 운영하는 80대 농장주의 아내 A씨는 이 농장에서 생산된 계란에서 잔류 농약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는 당국의 발표에 버럭 화를 냈다.
이 농장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전날 친환경 산란계 농장에서 생산된 계란을 대상으로 실시한 잔류 농약 검사에서 ‘비펜트린’이라는 농약 성분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고 발표된 곳으로, 당국은 즉시 이 농장에서 생산된 계란 출하금지와 함께 이미 유통된 계란에 대한 수거 및 잔류 농약 검사에 들어갔다.
A씨는 “우린 친환경 인증 농장이라 영양제, 시에서 주는 해열제, 소독약만 쓰지 이런저런 약 절대로 안 썼다”며 “우리가 키우는 노계는 웬만해서는 병이 잘 안 온다”고 강조했다.
이어 “2∼3년 전쯤부터 친환경 농장 인증을 받아 계란을 생산했다”며 “약을 안 쓰니까 파리가 와글와글거려 축사 밖에 파리약을 조금 뿌렸다. 검출될 만큼의 양은 아닌데 계란에서 검출됐다니 믿을 수가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광주시의 이 농가와 함께 남양주시의 8만 마리 규모 산란계 농가에서 생산된 계란에서도 피프로닐 성분이 국제 기준치(㎏당 0.02㎎)를 초과해 검출됐다.
남양주 농가 주인은 농식품부 조사에서 “옆 농가에서 진드기 박멸에 효과가 좋다는 얘길 듣고 사용했다. 피프로닐인 줄은 몰랐다”고 진술했다.
남양주시 관계자는 “해당 농가에서 이달 초 닭 진드기가 사라지지 않아 약을 사용했다. 해당 약품을 과다 사용한 것인지 현재 약품 구입 경로 등을 조사 중”이라며 “해당 농장은 지난해 말 조류독감과 올 여름 폭염도 무사히 견뎠는데 이번에 살충제 달걀이 발견돼 농장주가 망연자실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도내 한 양계농장주는 “하루 계란 생산량만 수만개나 되는데 검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적재할 곳도 없고, 검사결과가 일찍 나온다 해도 신선도가 떨어져 사실상 폐기처분을 해야 할 처지”라고 하소연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경기도는 이날 0시부터 모든 산란계 농장의 계란 출하를 중지시키고 모든 산란계 농장을 대상으로 살충제 전수 검사를 시작했다./박광만·이화우·박국원기자 pkw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