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광장]정치후원금과 민주주의

2017.12.06 18:35:51 인천 1면

 

날씨가 추워지고 눈이 내리면 무의식 중에 종소리와 빨간 냄비가 떠오른다. 겨울은 기부의 계절이다. 이 시기에는 구세군뿐만 아니라 후원금 한도가 차지 않은 정치인도 기부를 받기 위해 힘쓴다. 분명 국회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은 유용자금의 확대라는 측면에서 이득이다. 하지만 반대로 국민의 입장에서는 정치후원금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다수의 활동비를 받는 국회의원에게 굳이 소중한 개인의 돈을 후원해야 하는지 의문을 갖는 국민도 많을 것이다.

보다 근본적으로 접근하면 정치후원금의 의미는 민주주의의 기본 정신과 맞닿는다.

우선 정치후원금은 개인의 직접적인 의사표시 수단이다. 대한민국은 대의제 민주주의 국가로, 주기적 선거에 의하여 국민은 대통령·국회의원에게 자신의 권리를 일괄 위임한다. 이는 대규모 현대국가에서는 필수불가결한 선택이다. 하지만 권리가 일괄 위임되기 때문에 선거가 아닌 시기에는 국민의 의사를 반영시킬 수단이 부족하다. 한편 정치후원금은 국민이 직접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의 정책을 추진할 비용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선거 시기 외에도 의사를 표시하는 수단이 된다. 특히 의견만 개진하는 것이 아니라 실현할 비용까지 후원한다는 점에서 다른 참여민주주의 수단보다도 강력한 참여방법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정치후원금은 비용지원 측면에서도 직접성을 제고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이 권리를 위임한 정치인에게는 예산이 배정된다. 예를 들어 국회의원의 경우 개인수당 외에도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 등이 제공된다. 그런데 이러한 비용은 예산 통일의 원칙에 따라 일괄 교부된다. 개인이 낸 세금의 일부는 지지하지 않는 의원에게도 지급되는 것이다. 이는 모든 의원의 고른 의정활동을 위해 지켜져야 하는 원칙임에 틀림없으나, 일부 국민은 세금의 효용성을 낮게 인식할 수도 있다. 정치후원금은 이를 보완하여 개인이 지지하는 정치인에게 직접 비용을 지원할 수 있어 효용성이 크다. 그리고 예산과 달리 지지 여부에 따라 후원 금액이 달라지기 때문에 국회의원이 보다 많은 모금을 위해 의정활동을 활발히 할 계기가 생긴다.

마지막으로 정치후원금은 국민은 견제 권한을 실현하는 수단에도 해당한다. 대의민주주의는 삼권분립을 통해 권력의 균형을 이룬다. 대표적으로 국회는 예산을 심의하고 결산을 심사함으로써 정부를 견제한다. 그런데 거꾸로 국회의원이 사용하는 예산에 대해서는 정부의 견제가 사실상 쉽지 않다. 하지만 정치후원금은 수입·지출 내역이 보고 및 공개되기 때문에 국민이 이에 대한 직접적인 견제 권한을 갖는다. 일차적으로 선거관리위원회의 조사도 거치지만, 최종적 권한 위임자인 국민이 직접 내역을 확인하여 견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이러한 견제와 균형을 통해 깨끗한 정치자금의 조달 및 사용이 가능해진다.

이처럼 정치후원금 제도는 민주주의의 위임과 참여, 견제의 원리를 반영하는 제도이다. 따라서 소액 다수의 정치후원은 민주주의를 한 단계 성숙시키는 밑거름이다. 우리가 선거를 당연한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로 여기듯, 정치후원금 역시 국민의 권리일 뿐만 아니라 권한을 위임한 자가 민주주의 성숙을 위해 흔쾌히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무리 소액이라 하여도 비용측면에서 부담이 존재할 수 있다. 이에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신용카드 포인트로도 정치후원금을 결제하고, 10만원까지 전액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기부와 관련해서는 정치후원금 사이트(www.give.go.kr)를 통해 보다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평화로운 선거를 통해 성숙단계에 들어섰다고 평가된다. 이제는 이를 넘어 국민의 권한을 강화하는 참여 민주주의로 나아가고 있다. 국민과 정치인 모두가 이러한 민주주의의 한 부분으로서 정치후원금을 바라보길 기대한다. 정치후원금은 ‘풍족한 활동비에 더해지는 추가수당’이 아닌, ‘국민이 행사하는 민주주의의 도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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