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에세이]재수가 좋아서

2017.12.14 19:21:45 16면

 

“어이구! 저런, 저런, 쯔쯔쯧…. 그래, 그만하길 하느님이 받들어 주셨지. 세상에 큰일 날 뻔 했어.”

어머니는 전화기를 붙들고 연달아 혀를 차시며 다행이라는 말씀을 열두 번도 더 하시는 것 같다.

점심을 드시면서 묻기도 전에 전화하신 내용을 말씀하신다.

“글쎄, 재호 할머니가 유모차를 밀고 살금살금 가는데 갑자기 뒤에서 누가 툭 치는 것 같았다더라. 갑자기 벌렁 나가 떨어졌는데 정신이 아득하고 가슴이 두근거려 일어나지도 못하고 그대로 있으니까 누가 일으켜줘서 겨우 일어났다고 하는데 정말 재수가 좋았으니까 그만했지 그렇지 않으면 큰일 날 뻔 했지 뭐니.”

“그런데 그 운전수가 목공소 아저씨래, 왜 다리 절름절름 하고 저 꼭대기에 집짓고 이사 간 사람 그 아저씨가 요즘 할아버지들 타고 다니는 거 그거 있잖아 왜 학교 앞 문방구집 할아버지도 타고 기수씨도 타고 꼭 차처럼 생긴 거, 그걸로 뒤에서 탁 받아서 재호 할머니가 그대로 나가 떨어졌는데 글쎄, 뒤로 넘어지면서 머리에 이 귤만 한 혹이 생겼대.”

“병원에 가서 진찰도 하고 엑수래이도 찍어보고, 왜 그거…. 응 그래 촘파! 그것도 찍었는데 다 괜찮다고 하면서 원장님이 어지럽고 울렁거리느냐고 해서 아니라고 했더니 그럼 집으로 가서 안정을 하라고 하고 돈도 하나도 안 받았데. 재호 할머니가 영세민이라고 병원도 약국도 다 공짜야. 정말 재수가 좋아.”

양쪽이 다 그만하길 다행이라고 말씀드리니 바로 받아서 말씀을 이으신다.

“목공소 아저씨도 그렇지 다른 사람을 건드렸으면 병원비도 엄청나게 나왔을 텐데, 영세민이 좋긴 좋아. 재수도 엄청나게 좋고”

점심 식사를 마치시고 방으로 들어가신 어머니께서는 또 전화를 하신다.

“좀 어떠우? 머리가 아프다고? 그럼 부딪친 자리가 아프지. 그러니까 오늘은 꼼짝 말고 두루눠서 몸조리나 푹 해. 괜히 여기저기 박스 주스러 다니지 말고. 운이 참 좋은 거야, 착하게 살아서 복 받은 거야. 그걸로 액땜 한 거지. 그렇지 않으면 무슨 일이 났을지 누가 알아.”

“얘, 그 아저씨가 병원비도 약값도 공짜라고 그냥 있기가 미안한지 뭐라도 사 드시라면서 십 만원이나 주었단다. 약도 공짜 병원도 공짜 하여튼 영세민이 제일이야. 두 집이 다 재수가 좋았지.”

“으응? 그래 큰 병원으로 가 본다구? 그래, 큰 병원 가서 찍어 봐. 응, 애들이 엄마 데리고 큰 병원 가서 찍어 보구 입원한다구? 왜 안 그러겠어, 그거 봐 엄마 걱정 하는 건 자식밖에 없지. 그래, 동네에서 아는 사람끼리 어떻게 고발을 해그래, 서로 잘 하는 게 좋지. 애들이 하는 소리지 어떻게 그래.”

혼자 사시는 어른이 노인용 스쿠터에 받치는 사고가 있었다. 처음엔 경미한 사고였고 크게 다친 것 같지도 않았고 가까운 병원에서 진찰 결과도 타박상 외엔 별다른 부상이 없어 간단한 치료와 약을 받아 집에서 쉬었다. 따로 사는 자녀들이 와서 큰 병원에 가서 진찰을 해도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경찰에 신고를 하라고 했지만 심하게 다친 것도 아닌데 서로 어려운 처지에 어떻게 그렇게까지 하느냐고 액땜 한 걸로 하자고 마음을 정했다.

그렇지만 자식들 셈법은 따로 있어서 하자는 대로 안 하는 엄마한테 심한 소리를 하고 밥 한 끼도 안 챙겨드리고 가버렸고 한다. 넘어질 때 부딪친 자리보다 자식들 말이 더 아프다는 할머니가 어두운 집으로 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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