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광장]경찰관 공무집행방해사건 단상

2017.12.28 18:49:04 인천 1면

 

“거기 의경은 잔소리 말고 빠져! 경찰이라고 봐줄 줄 알아? 한주먹거리도 안 되는 것들이….”

약 10년 전 필자가 파출소 순찰요원 생활을 할 때 들었던 말이다.

음식점에서 손님들끼리 싸운다는 업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하였는데 오히려 경찰관의 등장이 기분 나쁘다며 시빗거리가 되었다.

죄 없는 의경까지 들먹이며 경찰관을 을러대는 이들은 대부분 취중(醉中)이었지만, 운이 나쁘면 욕설과 주먹질을 감내해야 했고 흉기와도 마주쳐야 했다.

경찰이 관여하는 모든 현장이 주취자 또는 강력범죄와 연관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경찰관은 긴장의 끈을 풀지 못한다.

최근 경기 모 지구대의 순찰요원은 ‘정신질환이 있는 아들이 괴롭힌다’는 가족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하였다가 갑작스레 난동을 부리는 아들로부터 가슴과 팔을 흉기로 찔리는 봉변을 당했다. 환한 대낮 평범한 가정집에서 일어난 일이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사건·사고의 현장은 여전히 위험하고 위태로운 생물이다.

통계에 따르면 2012년부터 올해 7월까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검거된 사람은 총 8만613명이다.

출동경찰관의 근무수당, 공상 치료비, 사건 처리비용 등을 감안하면 5년 새 최소한 80억원 이상의 세금이 오롯이 공무집행방해의 처리에 소모되었다.

주취자의 공무집행방해로 인한 사회적 손실이 연간 500억원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 사람의 경찰관으로서 가장 안타까운 것은 이로 인해 야기되는 경찰력의 손실이다.

앞서 소개하였듯이 공무집행방해 사건들은 때때로 경찰관 개인에게 육체적·정신적 손해와 트라우마를 남긴다. 그 정도를 금전적으로 환산할 수도 없거니와 회복도 더디다.

누구보다 먼저 나서 위험한 상황을 맞닥뜨리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수호해야할 경찰관들이 위축된다면 가장 손해를 보는 것은 시민들이다.

소수의 공무집행방해사범으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피해를 입는 결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에 경찰과 검찰은 ‘공무집행방해사범에 대한 엄정 대응 원칙’을 천명하기에 이르렀다.

경기남부경찰은 2015년 기준 430만건 가량의 112신고를 처리했다. 1일 평균 1만건이 훌쩍 넘는다.

한 사건이 마무리 되지 않은 상태에서 또 다른 사건 처리를 요청하는 신고는 웬만한 규모의 경찰서에선 평범한 일상이다.

지역경찰뿐만 아니라 형사, 수사 등 여느 경찰관들은 손에서 휴대전화를 떼지 못한다. 식사 때를 한참 넘긴 시각 급하게 밥을 삼키는 경찰 동료들의 모습은 애처롭기까지 하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자료를 보유한 인터넷 사이트로 꼽히는 ‘Numbeo’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로 대한민국을 선정했다.

경찰뿐 아니라 시민사회와 많은 국가기관들이 함께 노력한 결과겠지만, 필자가 곱씹어본 공무수행 현장의 이면은 그리 개운하지 않다.

오죽하면 ‘공무집행방해사범들은 경찰서에서는 호랑이, 검찰청에서는 고양이, 법원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으로 변신한다’는 자조 섞인 농담이 나왔을까.

대부분의 경찰관들이 마음속에 지닌 오직 국민을 향한 일편단심이 시민들의 협조 속에 정당한 공무수행으로 존중받고, 경찰과 시민이 함께 웃을 수 있는 진정한 치안선진국으로 발돋움할 날이 오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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