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산책]칼새의 행로

2018.01.22 19:43:09 16면

칼새의 행로

/천융희

착지를 모른 채
악천후에도 비상착륙을 잊은 듯
익숙한 기류에 전속력으로 내리꽂는 칼새의 부리를 본 적 있다

시작점과 도착점이 일치하는 행로는 오늘의 표정이다

때론 온몸을 파묻어
쌓아 올린 폐지 더미만 기우뚱 길을 트는데
경로추적이 필요 없는 그를
좁은 골목을 여닫으며 쉴 새 없이 비행 중인 그를
시장 사람들은 칼새라 부른다



먹이가 포착되면 그의 활강은 매우 민첩하다

 

폐지가 던져지는 끝점마다 어김없이 발견되는 깃털들
그러니까, 일생 바람을 가른 골목과 얼룩진 바닥은
칼새의
더는 물러날 수 없는 최후의 영역이다



일몰 무렵
은행나무 아래 고도를 낮춘 쪽잠의 늙은 사내
깔고 앉은 그림자마저 붉어지는 시간이다

농익은 은행알 툭 바닥을 구를 적마다
희번덕거리는 깃털을 곤두세워 바람의 방향을 조절하는

저 홀로 쫓고 쫓기며

 

폐휴지 줍는 것도 구역이 있다고 한다. 폐휴지를 가득 싣고 차가 질주하는 길을 역주행하는 리어카를 보면 죽음보다 더 강한 것이 삶에 대한 의지라는 생각을 한 적 있다. 칼새는 이 도시 밑바닥을 훑어 폐휴지를 주워 모은 힘으로 다시 창공을 박차고 오르기를 꿈꾸는 사내다. 칼새를 사내로 하여 삶에 대한 박진감을 실어주는 시인의 상상력은 대단하다. 한발도 뒤로 물러서지 않는 칼새가 가진 삶에 대한 애착은 이 시를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의 삶마저 되돌아보게 한다. 이 도시 저 도시 칼새가 많다. 칼새는 이제 텃새다. 복지국가의 그늘에서 자생적으로 태어난 새다. 나도 이 세상 모든 칼새가 힘차게 비상하여 칼새의 나라를 이루기를 꿈꿔본다.

/김왕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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