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한, 평창올림픽 전날 꼭 열병식 해야 하나

2018.01.25 19:14:44 인천 1면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바로 전날 대규모 군 열병식을 할 것이라고 한다. 평양 인근 미림비행장에서 열병식을 준비하는 북한군 동향은 이달 초부터 우리 측 정보자산에 포착됐다. 그런 와중에 북한이 23일 2월 8일을 ‘2·8절(건군절)’로 공식 지정하고 이를 기념하기 위한 실무적 조처를 하겠다고 밝힘으로써 기정사실이 됐다. 건군절 열병식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한반도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는 상황에서 벌이는 것이라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에 도움이 되지는 않을 듯하다. 남북이 모처럼 합심해 어렵게 조성한 평화 올림픽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우리 정부는 평창동계올림픽의 평화적 개최와 남북관계 복원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그야말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금강산 남북합동문화행사와 마식령 스키장 공동훈련 등을 위한 우리 측 선발대가 이날 방북한 것도 올림픽 경기 자체보다 남북 화해 분위기를 높이려는 차원으로 봐야 한다. 북한의 평창 참가가 확정되지 이전에도 미국 측과 협의해 한미 합동 군사훈련을 올림픽 이후로 연기했다. 최근에는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입항하려던 미국의 핵추진 잠수함이 북한을 자극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우리 정부의 입장을 고려해 계획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의 이런 노력을 북한이라고 모를 리 없을 것이다.

남북은 고위급회담을 통해 평창올림픽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어 민족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로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적극 협력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북한이 열병식을 강행하고, 제재와 압박의 초점이 돼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을 공개하면서 무력시위 인상을 준다면 평창올림픽은 시작도 하기 전에 찬물을 뒤집어쓴 꼴이 될 것이다. 남북의 화합과 올림픽의 평화적 개최를 부각하기는커녕 위화감만 조성할 것이 뻔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2일 수석·보좌관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남북대화 분위기를 적극 살려 나가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북한을 향해서도 “남과 북이 함께 역지사지해 나가면서 차근차근 극복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호소한 바 있다.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의 의지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이에 호응해야 할 것이다. 건군 70주년을 맞아 열병식을 꼭 해야 한다면 그 규모를 줄이고 내용도 너무 자극적이지 않게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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