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예술인들이 맞이하는 정초(正初)

2018.01.29 19:14:48 인천 1면

 

정초(正初)는 예술인들이 한해 씨앗을 뿌리는 시기이다. 이유는 1년간의 예술활동 지원사업 등 다양한 예술활동을 위한 사업계획서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어떤 형태의 계획으로 지원할까?” 시사부터 고전까지 여러 작품들을 고르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한국고전소설을 각색해보기로 마음 먹었다. 요즘 사회 분위기와 맞는 작품을 찾아야 하기에 동료들과 소주 한 잔하며 자문도 구해보고 인터넷 검색 등등 다양한 방식을 동원했다.

고전문학은 옛사람들의 삶과 해학이 담겨 있다. 고전을 읽으면 당시 사회의 모습과 생활, 생생한 인물묘사를 느낄 수 있고 그 속의 메시지를 통해 역사를 인식할 수 있다. 얼마간의 고민 끝에 ‘사씨남정기’로 결정하였다. 사씨남정기는 조선시대 문신이자 소설가인 서포 김만중이 유배가서 쓴 한글소설이다. 인현왕후를 내쫓고 장희빈을 왕비에 앉힌 숙종 임금의 마음을 바로잡기 위해 썼으며, 외롭고 힘든 유배지의 척박한 생활 속에서도 충성스런 신하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처첩간의 갈등과 첩의 무분별한 부(富)에 대한 집착 그로 인한 결혼, 사랑 없는 결혼생활이 만드는 파경문제, 욕심과 오욕(색욕, 성욕, 향욕, 미욕, 촉욕)이 부른 처참한 천벌응징, 고난과 시련을 통해 깨닫게 된 사랑과 신뢰로 다시 결합해 행복하게 살았다는 권선징악 작품이다.

그런데 이 고전을 현대극으로 그리기 위해서는 몇 가지 어려움이 있다. 대(代)를 이어야만 부모와 조상님께 효를 다한다는 유교적 사관 때문에 만들어진 중첩제, 그로 인한 정실과 첩의 갈등을 현시대의 아내와 애인 따로 풍조를 빗대어 어떻게 풍자적으로 묘사해야 할까? 경제적 문제로 출생률이 줄어드는 현실과 무조건 대를 잇는 것이 효라 생각했던 관념에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차이에는 ‘행복’이라는 지표가 있었다.

아직도 아이 낳는 것이 효라고 생각하는 가치를 가진 사람들이 있는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까? 아니면 아이는 부(富)의 가치 이하여서 행복의 가치는 없는 것일까? 조선시대 성리학적 사관에서 아이를 못 낳아 대를 못 잇는 것이 그 시대도 문제였지만, 저출산은 현재 국가적으로도 커다란 문제이다. 이 문제를 자연스럽게 극복하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란 문제에 부딪힌다. 아이가 결혼생활에 어떤 행복을 주는지, 아이의 가치를 극 속에 짧지만 어떻게 그려 넣어야할지에 대해 고민을 안 할 수가 없다.

또 하나는 아이의 성장이다. 소설 속에는 유모가 정성스럽게 아이를 기르지만 작금의 세상에서는 조부모가 손자, 손녀를 애지중지 키운다. 그마저도 핵가족화와 어르신들의 행복가치 대두로 어린이집, 유치원이 대체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현상이 그 시절에도 어떤 방식으로든 또 다른 문제로 존재했을 것이다. 그러면 양육의 사회문제를 관객이 공감할 수 있도록 메시지를 던지는 방식이 또 고민이다. 해답은 ‘나눔’이 아닐까? 아빠, 엄마가 아이들에게 시간을 내 함께 행복한 시간을 갖고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아이와 자녀를 위해 시간적 배려를 하고 사회와 국가가 아이들이 잘 자라도록 부모와 조부모에 배려와 나눔을 베푸는 것이다.

그런데 작품에는 어떻게 그려야 할까? 참 어렵다. 그 어려운걸 해내야 관객과 만날 수 있는데 말이다. 그런 어려움이 잘 다듬어지면 좋은 작품으로 관객들을 만날 수 있다는 희망찬 마음으로 올해도 관객분들과 좋은 작품으로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좋은 평을 들어야지”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작업을 한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떡국, 세뱃돈, 고향, 부모님, 일가친척을 만나는 설날을 맞이하고 싶다.

 

경기신문 webmaster@kgnews.co.kr
저작권자 © 경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흥덕4로 15번길 3-11 (영덕동 1111-2) 경기신문사 | 대표전화 : 031) 268-8114 | 팩스 : 031) 268-839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엄순엽 법인명 : ㈜경기신문사 | 제호 : 경기신문 | 등록번호 : 경기 가 00006 | 등록일 : 2002-04-06 | 발행일 : 2002-04-06 | 발행인·편집인 : 김대훈 | ISSN 2635-9790 경기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20 경기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g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