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광장]영장청구권 독점과 거악

2018.03.11 18:48:31 16면

 

최근 검찰개혁이 대한민국의 주요 개혁과제로 대두되면서 체포·구속영장이나 압수·수색·검증영장을 받으려면 반드시 검사를 경유하게 하는, 대한민국 헌법 제12조 제3항과 제16조의 존폐가 논의되고 있다.

최초의 헌법에는 영장청구의 주체를 검찰에 한정하지 않고 ‘수사기관’이라고 명시하였으나, 5·16 군사혁명 이후 1962년 제5차 개정헌법에서 영장주의의 본질과 무관하게 ‘검찰관의 신청에 의하여’라고 규정한 이후 현행 헌법까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이 헌법조문으로 인해 영장청구권의 합리적인 분배를 위한 국회에서의 논의는 진작 차단되고 그들만의 성역이 굳어져버렸다.

영장주의의 본질은 강제수사의 필요성을 수사 당사자인 수사기관이 아닌, 독립된 법관이 공정하게 판단을 하는 것이고, 그로써 ‘국민의 기본권 보장’이라는 핵심은 달성되는 것으로, 헌법이 아닌 법률로서 규정되는 것이 더 적합한 사항인 것이다. 인권보호의 역할은 피의자를 공격하는 검사보다, 소송구조에서 중립적 위치를 갖는 법원이 더 적합하다. 직접수사기능이 비대화된 우리나라의 검찰은 엄격한 법률적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경찰과 다를 바가 없다.

오히려 검찰에 대해서는 막강한 수사권 및 기소권과 결합하여 권한남용, 전관예우 등 여러 폐단을 양산케 하고, 경찰에 대해서는 신속한 수사를 곤란케 하고 있어, 2017년 1월 23일 헌법개정특위에서도 삭제를 주장하는 것이다.

실제로도 위 헌법조문으로 인해 검사의 자의적 결정에 따라 경찰수사가 사실상 중단되는 결과를 초래한 사실이 있고, 전관예우 등 특정인에 대한 봐주기 의혹까지 제기되어 사법불신을 부채질하고 있다. 현재 일선 수사관들은 피해자를 구제하고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데 꼭 필요한 강제수사에 대해서도 이 헌법 조문 때문에 검찰의 눈치를 보게 되고, 실제 신청하더라도 수긍할 수 없는 이유로 강제수사에 많은 제동(이른바 김빼기나 사건 가로채기)이 걸리게 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서 검찰만 장악하면 재판에 설 일이 없다는 구조도 헌법상 검찰의 독점적 영장청구권, 형사소송법상 기소독점주의, 기소편의주의라는 세 축이 만들어낸 기형적인 모습인 것이다. 그래서 검찰은 거악을 척결할 수 있고 경찰은 거악을 척결하기 힘든 구조가 바로 이 헌법조문으로 인해 형성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만약 헌법에서 검찰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을 삭제하고, 법률차원에서 수사구조의 합리화에 맞는 방향으로 입법자가 구체적으로 정하도록 한다면, 현재의 왜곡된 수사구조에서 탈피하여 각 수사기관이 경쟁과 견제의 원리 속에 수사능력을 강화시킬 수 있으며 법원이 명실상부한 수사통제의 주체, 인권보호의 주체가 된다. 또한 점차 흉포화, 광역화, 은밀화되는 범죄에 대응하는 경찰의 능력은 강화될 것이고, 경찰에 대한 통제를 가장 중립적인 법원이 함으로써 인권침해 우려도 덜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이제 기본으로 돌아가자. 경찰은 범죄수사에 충실하여 국민들의 피해를 구제하고, 검찰은 직접수사보다 공소유지라는 본래의 기능에 충실하고, 법원은 공정한 입장에서 모든 수사기관을 엄격히 통제하여 인권보장을 이루는 것이 대한민국의 당면과제라 할 것이고, 헌법상 검찰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을 삭제하는 것이 그 근원적인 문제의 해결, 진정한 검찰개혁의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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