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산책]푸시

2019.04.29 18:59:00 16면

푸시

/하린

나 오늘밤 절벽에게 고백할래

사람은 새가 될 수 없지만 새를 품을 순 있다고 말할래

새를 꺼내는 그 순간, 1초 동안의 긴 고백

어둠이 왜 이렇게 투명한 건지

윤곽을 가진 것들이 온전히 자신을 다 드러내 놓기 좋은 시절이라고

속울음까지 들킬 것 같아

불편이나 불안의 차이를 알 필요 없을 것 같아

노크를 하듯 툭, 머리로 지구를 한 번 두드려 볼래

손을 쓰지 않은 채 밀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미리 써 놓은 유서를 방치해 둔 채

절벽 아래 스프링은 없지만

몸 안에서 잔뜩 부풀길 좋아하는 관념어들을 위해, 폴짝 뛰어 볼래

물론 고백은 자정이 적당하겠지만

자정이 지나도 계속해서 어둠 다음에 어둠이겠지만

한 번의 고백으로 절벽 없는 날이 완성될 수 없겠지만

그래도 온전히 선명해지려는 태도를 참을 수 없으니

나 오늘 밤 절벽에게 반드시 고백할래

어중간한 태도와 가면을 전부 벗어던지고

불편한 프랑켄슈타인을 끝장내 볼래, 진짜로 폴짝

- 하린 시집 ‘1초 동안의 긴 고백’ / 2019

 

 

 

 

푸시(push)는 ‘밀다’, ‘밀고 나가다’라는 뜻이다. 이 시를 읽으면 어떤 절박한 상황이 떠오른다. 절벽 끝에 서 있는 한 사람이 노크를 하듯이, 머리로 지구 전체를 두드리면서 절벽을 밀고, 아니 절벽을 뚫고 나가려고 한다. 가슴 속에는 언제나 비상을 꿈꾸는 새를 품고 1초 동안이지만 긴 고백을 던진다. 힘들어 주저앉고 싶을 때, 세상을 향해 똑 똑 문을 두드리며 닫혀 있는 문을 밀어보자. 한 번의 고백으로 단번에 열리진 않겠지만 계속해서 신호를 보낸다면 누군가는 그 문을 함께 열어주기도 할 것이다. 날개를 활짝 펴고 세상을 향해 힘차게 날아갈 첫 도전, 두려워 마라. 온 몸으로 온 마음으로 죽을힘을 다해 한 세계를 부수고 눈앞의 절벽을 깨부수려는 그대를 응원하노니, 날개는 원하는 자에게만 반드시 돋아날 것이니./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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