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에세이]육체를 쓰는 일을 두려워하지 말기를

2019.05.19 19:20:00 16면

 

 

 

인간에게 육체와 정신 가운데 무엇이 중요할까? 몸을 쓰는 일보다 정신을 쓰는 일이 많은 현대인에게는 육체노동은 거리가 멀다. 몸으로 일하는 업무가 점점 줄어들며 정신과 육체가 분리되어 간다. 사람들은 육체노동은 힘들고 정신적인 일은 숭고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책상머리에 앉아서 일하지 않았던 나는 온 몸을 부딪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리스의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의 주인공처럼 말이다. 거침없는 조르바, 근심이나 염려가 전혀 없는 조르바는 자유의 상징이다. ‘그리스인 조르바’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화자인 ‘나’와 조르바가 우연히 만나 크레타 섬에 가 탄광 사업을 벌였다가 완전히 망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책만 읽으며 지적인 사유 속으로 파고들었던 엘리트 지식인 ‘나’는 조르바를 통해 진짜 삶을 깨닫는다. 조르바는 육체적인 삶, 바로 노동의 현실이 오히려 정신을 뛰어넘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온종일 읽고 쓰며 영혼과 결투를 벌인다고 생각했던 ‘나’는 조르바가 육체를 사용하는 방식에 감복하고 오히려 진정한 진리를 깨닫는다.

조르바는 자신의 거추장스러운 손가락도 도끼로 내려찍을 만큼 도발적인 사람이다. 이런 행동을 하면서도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런 행동은 자유를 향한 의지의 표현이다. 지금의 현실에서 뛰쳐나가고 자아를 가둔 틀을 깨뜨려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는 이것을 보며 조르바의 영혼이 투명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심지어 음식을 먹을 때 진정한 삶을 느끼고 육체를 돌볼 수 있다고 한다. 맛있게 먹는 것이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조르바는 화자인 ‘나’와 함께 오르탕스 부인의 여인숙에 머무르는데 일요일마다 닭을 잡아 요리한다. 포도주를 목구멍에 쏟아 붓고 음식을 요절내듯 먹는다. 어찌 보면 먹는 장면은 이 책의 핵심이다. 조르바는 ‘돼지처럼 먹고 물고기처럼 마셨다’라고 말한다.

그는 먹을 때는 먹는 것에만 집중하고 여자와 사랑을 나눌 때는 사랑하는 일에만 집중한다. 탄광에서 일을 하며 땀을 흘릴 때는 그 순간에 완전히 몰입한다. 그가 먹고 마시고 춤추고 오르탕스와 사랑을 나누지만 욕정만 채우는 인간으로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미래의 고민을 안고 산다. 자식, 질병, 노후, 부모님 등에 대해서 말이다. 사회는 끊임없이 미래 준비, 은퇴 설계, 노후를 대비하라고 강요한다. 10대 시절에는 대학에 가기 위해, 대학에 간 후에는 취업을 위해, 취업한 후에는 결혼 준비와 가정생활을 위해, 30~40대에는 노후 준비를 위해 끊임없이 달려간다. 하지만 조르바는 삶의 진리를 단 순화한다. 조르바는 ‘행복이란 마음에 달린 단순한 것’이라며 먹고 마시고 힘을 내어 노래 부르고 간단하게 살라고 한다.

인생을 느긋하고 너그럽게 살려던 조르바는 이념과 틀에 매이지 않는다. 조르바는 학교 공부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마음이 열려 있다. 세상의 갖은 풍상을 겪으며 진짜 삶이 무엇인지 몸으로 배운 사람이다.

이런 것처럼 요즘 청소년들은 육체를 쓰는 일에 두려워하고 있다. 그러나 젊음이 뭔가? 젊을 때는 무모한 도전도 해봐야 인생의 쓴맛을 알게 된다는 진리를 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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