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대형 인명피해를 내고 5시간 만에 진화된 이천시 물류창고를 덮친 화마로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고, 혼인신고 한달만에 남편을 잃은 아내는 눈물범벅이 됐다.
샌드위치 패널로 된 지하 2층, 지상 4층 규모의 건물 외벽은 불에 그슬려 대부분 검게 변했고 일부는 불에 녹아 형체가 일그러졌다.
건물 출입은 안전상의 이유로 소방당국 등 관계자 외에 엄격히 통제됐고, 밖에서 보이는 건물 1층 내부는 불에 녹아 내려앉은 철근 등 자재들이 서로 뒤엉켜있어 아수라장 상태임을 짐작게 했다.
피해가족 휴게시설이 마련된 이천 모가면의 한 실내체육관은 30일 오전 11시 기준 200여명의 유가족이 현장을 지켰다.
전날부터 서울, 인천, 대전 등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이들은 애타는 마음을 추스르지 못하고 계속 눈물을 쏟았다.
혼인신고 한달만에 남편을 떠나보낸 20대 부인 눈에서는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김모씨(26)는 이번 참사로 남편 임모씨(29)를 잃었다.
임씨는 이 현장에서 일한지 1달여 밖에 되지 않은 상황에서 변을 당했다.
김씨는 “같이 산 것은 좀 돼서 5살 아들도 있다. 너무 보고싶다. (시신 상태가 참담해도) 단 한번이라도 보고 싶어서 병원으로 가려 한다”며 자리에서 일어섰고, 현장을 찾은 임씨의 어머니는 슬픔에 몸을 가누지 못하고 실신했다가 결국 정신을 차리지 못해 병원으로 후송됐다.
사고현장을 덮친 불길에 아들을 잃은 70대로 추정되는 여성은 “성실한 녀석이…(공사 현장)일을 해서 뭐한다고….”라며 무릎 사이에 얼굴을 파묻고 엉엉 울었다.
대한적십자사가 설치한 재난구호 쉘터 이곳저곳에서도 곡소리가 쏟아졌다. 70대 여성 노인은 “너는 못간다. 니가 왜 갔어”라며 큰 소리로 울었고, “어쩌라는 거야. 이 공사한 업체는 앞으로 공사 아예 못하게 허가 내주지 마라”며 분노하는 50대 남성도 있었다.
오전 10시30분 엄태준 이천시장과 소방당국의 브리핑 직후 울음 소리가 더 커졌다.
엄 시장이 피해가족을 만나 위로의 뜻을 전했으나 가족들은 “돈 버는 게 문제냐. 관 속에 돈을 넣어서 갈 것이냐”라며 화를 내기도 했다.
/김현수·최재우 기자 khs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