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교과과정, 해마다 8월 종료 파행… 9월 학기제로 가야”

2020.06.15 04:00:00 5면

특성화고, 진학위한 취업 위주 아닌
미래 직업 향한 취업교육 시스템 필요

코로나사태 계기 도내 전문학습공동체
5천여개 중심 온라인 교육·콘텐츠 개발
온라인 결함막을 사회적공동체훈련 구상

통일·민주시민교육도 주입식 아닌
스스로 깨닫고 고민케 하는게 교육과제

 

이 재 정 경기도교육감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이제는 교육 목표가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하고, 교육의 본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9월 학기제 도입과 온라인 수업 활용 방안 등을 통해 포스크 코로나 시대에 나아가야 할 경기교육의 방향을 제시했다. 


창간 18주년을 맞은 경기신문은 이재정 교육감의 인터뷰를 통해 올 하반기 이후 경기교육의 청사진을 들어봤다. 다음은 최영재 경기신문 부국장과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의 인터뷰 일문일답 내용이다.


코로나19로 바쁘실텐데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린다. 요즘 교육에 대해 중요한 말씀을 많이 하시던데….


아무래도 제일 중요한 화두는 교육 목표가 무엇이냐 하는 것이다. 교육 목표는 젊은이들을 유능한 사회적 인재로 기르는 것이다. 초등학교 입학은 학교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사회 생활·질서·가치를 배우는 것이다. 고3만 해도 대학입시 준비 과정으로 생각한다. 수시 전형을 9월에 시작하다보니, 1년 과정을 8월 안으로 마쳐야 하는 대학 입시 일정 때문에 파행을 가져온다. 학사일정이 끝나는 2월 28일보다 앞선 수능일에 고3 학생들은 완전히 통제불능 상태로 자유인이 돼 대학에 가는 상황이 지속된다.

 

대안이 있다면.


교육의 본질을 찾아야 한다. 고등학교를 학점제를 해야 하는 것을 넘어 대학 입시 일정에 맞추는 교육과정이 되면 안 된다. 9월 학기제로 가서 5월에 학기를 마치는 일정으로 가야 한다. 그러면 외국 학생들도 수월하게 우리나라에 와서 공부할 수 있다. 동남아·유럽 학생들이 한국에 오는 것이 로망인데 학제가 달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교 교육을 정상화하려면, 현재 시스템으로는 원만하게 갈 수 없다. 진학·직업 등 사회 진출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특성화고에도 진학을 위한 취업이 아닌, 미래 직업을 향한 취업이 되도록 뒷받침하는 교육정책이 필요하다. 취업이 진학을 위한 취업이다. 고교 교육을 정상화 시키자는 의미로 하는 말이다. 글로벌 시스템이 아닌 우리가 중심이 되자는 것이다. 내가 6년간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교육 분야에서 어떤 점이 달라졌나.


첫째, 코로나 사태로 인해 전 세계에 유례없는 온라인 기기 보급을 통한 온라인수업을 진행했다. 인류 문명사에서 엄청난 일을 한 것이다. 교사들의 노력이 정말 컸다. 경기도는 전문적 학습공동체 5천개 정도가 중심이 돼 온라인 교육 개발과 기존 콘텐츠 활용 등을 고민하고 있다. 또 수업 방법부터 구성까지 디지털 교육이라는 대혁명의 큰 전환점을 만들 것이다. 둘째는 코로나19 이후 교육을 사회적으로 어떻게 이해를 얻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온라인수업과 등교수업을 하면서 이번 학기 180일 중 19일을 합법적으로 줄여 171일이 된다. 8월 초 방학을 하면 고2 이하 초·중학교는 평균 16일을 등교할 뿐이다. 하루 걸러 학교에 가는 판인데 어느 학교는 일주일에 한 번, 격주로 가며 겨우 맞춰가고 있는데, 이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학생이 빠져있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 또 온라인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교사들의 실제 동의도 없이 시작을 하게 됐다고 생각한다.

 


 

교사들은 어떻게 활약해 왔나.


작년에 다른 시·도에서는 50%밖에 안 되는 보건교사를 100% 채웠다. 또 구글과 논의해 클래스룸 활용 프로그램 운용을 위한 경비를 구글에서 대고 도내 교사 260명이 강의를 받았다. 덕분에 교사온 프로젝트를 통해 전체 교사들이 활동을 넓혔다. 플랫폼에 대한 문제를 파악·선택하는 논의를 거쳐 EBS 프로그램 등 문제점도 파악해 스스로 직접 콘텐츠를 만들기도 했다. 전문적 학습공동체 5천개 예산을 지원하며 환경을 만들어왔고 공동체 네트워크 미팅에서 성과를 이뤘다. 이번 온라인 학습시기에 교사들이 중심에 섰다.
 
온라인 수업으로 본격적인 디지털화도 우려스러운 반면, 압도적인 콘텐츠와 수업 역량을 갖춘 경기교육 의존도가 높아질 것이다. 향후 콘텐츠 활용 방안이 있다면.


온라인수업의 결함이라면 학교 교육을 통한 사회적 공동체 훈련이다. 지금 도내에 많은 폐교를 활용해 좋은 숙소를 만들어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오전에 온라인수업을 하고 오후에는 지역의 다양한 장소에서 아이들이 직접 프로그램을 짜서 해보면 어떨까. 온라인수업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미네르바대학에서 2014년부터 유학을 시작했다. 학생들이 다들 기숙사 생활을 하는데, 동창 모두 기숙사 동창이었다. 한 대학 안에서도 기숙사 동기 모임이 여러 개다. 옥스퍼드 대학도 그렇다. 폐교에 유스호스텔을 만들고 각 지역에 만들어 합숙하면서 수업은 온라인으로 듣고 체험을 병행한다면 많은 발전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해외에 간다고 해도 현지에서 온라인수업으로 학습 결손을 막을 수 있다. 대면을 해도 디지털 수업을 한다면 공동체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폐교 활용에 대해 몇몇 지역의 반응이 좋았다. 지역 활성화와 갈 곳 없는 시절에 갈 장소가 생긴다며 반겼다.

 

세계시민교육, 통일교육도 추진하고 있는데, 부족한 점은 없나.


통일교육과 평화시민교육, 민주시민교육 등은 단순히 교육을 시키자는 것은 아니다. 가령 아이들의 눈으로 본 5.18과 3.1운동 등 스스로 깨닫고 생각하며 어떻게 민주시민으로 살아가야 하는지 고민해보는 것이다. 전봉준 장군이 걸었던 길도 실제 걸어보는 것이다. 주입식이 아닌 인식을 하게끔 해보자는 것이다. 한반도 평화, 분단, 그로 인한 것들을 아이들이 직접 보고 느끼고 소리치게 해야 한다. 학교 안에서 아이들이 당당하게 의견을 말하는 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이 민주시민교육이다. 아이들에게 그런 생각을 말하게 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책도 워크북으로 만들어서 아이들이 만들도록 했는데 불행하게도 정규수업을 낼 수 없는 교육과정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지면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남은 임기 열심히 해서 남은 계획을 완수할 것이다. 새로 짓는 청사에는 종이 서류 없이 노트북만 들고 들어가 일을 하도록 하고 교육감실도 없앤다. 식당도 없다. 주변 음식점 가격이 비싸다고 하지만 비싼 만큼 의미가 있다. 공무원이 그렇게 해야 한다. 멋지게 먹고 친교를 나누고 하면 얼마나 좋나. 점심시간은 한 시간 반이다. 30분은 업무 논의로 인정을 해주겠다고 했다. 다 브레인스토밍에 도움이 될 것이다. 또 짝홀제 때 차가 없거나 하면 전원 재택근무를 하는 것이다. 끝으로 창간 18주년, 축하드리면서 이번 인터뷰 기회를 마련해 주셔서 감사하다.

최영재 기자 cyj@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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