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막던 경인고속도로, 생활형 도로로 인천 ‘미래’ 터주다

2020.06.16 04:00:00 13면

2017년 일반도로 전환… 지상 생활·녹지공간, 지하 찻길 ‘청사진’
9월까지 세부계획 확정… 사업비 8560억 중 50% 국고지원 추진 탄력

도로 주변지역 석남 거북이기지·어울림센터 도시재생사업도 순조
일반도로화·도시뉴딜, 취업 9099명·생산 1조6863억 경제적 효과

 

■ 인천, 사람의 길을 가다


길은 인류의 역사와 그 궤를 같이 한다. 지구 상에 사람이 살기 시작했을 때부터 길은 생겨났고, 그 길로 수 많은 사람과 물자가 오가면서 역사는 발전해왔다.


현재 기록에 나오는 인류 최초의 길은 창세기에서 왕들이 서로 패권을 다투었다고 한 ‘왕의 길’이다.

 

시리아와 아라비아반도를 잇는 이 길은 이미 5천년 전부터 캐러밴들이 국제무역로로, 순례자와 군인, 정복자 등 수많은 사람들이 이동로로 이용해왔다. 그 다음이 세계 최초의 고속도로라 할 수 있는 페르시아제국의 ‘왕도’다. BC6세기에 만들어진 이 길은 그 길이만도 장장 2천600㎞에 달한다.


길은 숱한 사연을 담고 있다. 기쁨과 슬픔, 기다림, 안타까움, 이별 등의 애환이 짙게 서려 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품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산업화가 급속히 진행된 현대에 길의 주인은 사람보다는 기계, 화물로 바뀌었다. 길이 만들어지는 우선순위는 사람에 앞서 자동차나 기차 등이었다. 이러한 가운데 길은 어느덧 ‘연결’과 ‘소통’이 아닌, ‘단절’과 ‘장벽’의 이미지가 돼버렸다.


인천의 대표적 길인 ‘경인고속도로(인천대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1968년 한국 최초의 고속도로로 개통된 이 길은, 월미도와 송도, 자유공원 등과 함께 인천의 상징이자 수십년 간 우리나라 경제성장을 이끈 효자였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본래의 기능이 약화되고 시세확장에 따라 도심 한복판에 자리하게 되면서 지역을 단절시켜 오히려 도시의 발전을 가로막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2017년 이 길이 고속도로에서 일반도로로 전환되고 관리권이 인천시로 넘어온 이후에는 ‘길의 변화’를 요구하는 지역사회의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자동차길’에서 ‘걷고 싶은 길’로


인천시는 당초 도로 상부 차도와 지하주차장으로 계획했던 원안을 대폭 바꿔 지상은 시민생활·소통·녹지공간으로 꾸미고 찻길은 지하에 배치했다.


상부에는 생활형 도로와 ‘고급형 간선급행버스체계(S-BRT)’만 남기고 공원과 녹지의 폭을 대거 확대, 시민이 마음껏 즐기고 소통하는 공간을 조성하고 지하에 왕복4차로 규모의 간선도시고속화도로를 설치하는 것이 골자다. 시는 오는 9월까지 협의회, 설명회 등을 통해 시민의견을 수렴한 뒤 세부계획을 확정할 방침이다.


BRT의 경우 기존에는 버스차량을 이용했으나 S-BRT는 전기 또는 수소를 연료로 하는 출입문 3개 이상의 대용량 버스를 사용하고, 정류장은 도로 중앙에 섬 식으로 설치된다. 또 지하철과 같이 사전요금지불방식을 도입, 정류장 내부에는 냉난방과 버스도착정보안내(BIS)시스템을 완비해 평면 승하차가 가능한 미래 교통수단이다.


2017년 관리권 이관과 함께 당초 일반화사업 관련 모든 비용(8천560억 원)은 전액 시가 부담해야 할 사정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국토교통부에 국가계획 반영 신청을 함으로써 공사비의 50%를 지원받게 돼 사업추진에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시는 사업의 조속한 추진을 위해 이번 국가계획에서 반영되지 않은 인천기점~도화구간은 당초 계획대로 올해 안에 설계를 마무리한 뒤 내년 중 착공, 2023년 말쯤 완공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국가계획으로 반영 신청된 도화~서인천구간은 예비타당성조사 등 국가행정절차에 맞춰 추진일정을 일부 조정한다.


시는 공사기간 중 빚어질 수 있는 교통혼잡에 대비해 우회노선 개발, 교통운영 개선(TSM) 등 예방대책도 시민의견을 반영해 연내 수립할 계획이다.

 


‘50년을 돌아온, 사람의 길’


경인고속도로 주변지역에 진행 중인 ‘50년을 돌아온, 사람의 길’ 도시재생뉴딜사업도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 시는 지난 3월 이 사업의 마중물사업으로 석남 거북이기지와 석남어울림센터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서구, 한국토지주택공사 인천지역본부와 3자 협약을 체결했다. 3개 기관은 경인고속도로로 단절, 소외됐던 지역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활력 회복을 위한 사업으로 공공의 역할과 지원을 강화함으로써 도시의 자생적 성장기반을 확충하는 데 뜻을 함께했다.


석남 거북이기지는 지하 3층~지상 9층, 1만2천㎡ 규모의 청년창업보육시설로 창업보육센터와 창업지원주택(60세대), 공영주차장(100대)이, 석남 어울림센터는 지하 2층~지상 7층 1만㎡ 규모의 복합문화시설로 문화센터와 행복주택(109세대), 공영주차장(76대)이 각각 조성된다. 모두 330억여 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시는 다음달 중 기본 및 실시설계에 착수한 뒤 내년 6월 착공, 2023년 6월 공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경인고속도로 일반화와 주변 도시재생뉴딜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될 경우 이 일대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환경친화적 선진도시로 탈바꿈하고 공사시행에 따른 취업유발 9천99명, 생산유발 1조6천863억 원, 부가가치유발 6천934억 원 등의 경제적 효과를 거둘 것으로 시는 기대하고 있다.


천준홍 시 고속도로재생과장은 “정해진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며, 공사 기간 중 시민들의 불편이 없도록 주변 교통대책 등도 면밀히 검토해 추진하겠다”며 “인천 미래발전의 한 획을 긋는 대역사(大役事)를 책임지고 있다는 소명의식과 긍지를 갖고 사업에 임할 각오”라고 말했다.

이인수 기자 yis6223@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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