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일씨 테이프 문의' 정치권 격앙

2004.06.24 00:00:00

AP 텔레비전뉴스(APTN)가 이달초 고 김선일씨가 등장하는 비디오 테이프를 배달받아 외교통상부에 신원 확인을 문의했다는 외신보도가 터져나온 24일 정치권은 벌집 쑤셔놓은 듯 어수선했다.
이같은 외신보도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정부의 도덕성 문제까지 제기될 수 있는 엄청난 파괴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일단 `사실관계부터 정확하게 파악해야한다'며 정부측에 사실 확인을 공식 요청한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신기남 의장측은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사실을 확인 하는 것"이라고 말했고, 천정배 원내대표도 "진상을 파악해 봐야 하니 나중에 이야기하자"고 난감해 했다.
최근 정부와의 간담회에서 정부의 정보력 부재를 질타한 김근태 전 원내대표측도 "사실을 확인중"이라고만 말했다.
당 지도부는 정부측의 답변이 나오는대로 긴급 확대간부회의 등을 소집해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대부분 의원들도 외신보도의 사실 여부에 대해 촉각을 세웠다.
유재건 의원은 "만약 사실이면 정부가 크게 몰릴 사안"이라며 "정부가 피랍여부에 대한 문의를 받았다면 그때부터 확인작업에 들어갔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장경수 의원은 "국회 상임위가 구성이 안됐지만 국회 차원에서 진상을 밝혀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고, 안영근 의원은 "야당이 청문회 개최를 주장한다면 어쩔 수 없을 것 같다"고 수세적인 자세를 보였다.
한나라당은 정부의 안일한 태도를 질타하며 반기문 외교부 장관 등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하는 등 공세수위를 높였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 "APTN이 6월초 김선일씨 비디오테이프를 배달받아 외교부에 문의한 것이 사실이라면 외교부는 김씨 피랍을 접수받은 것으로, 그때부터라도 사실을 확인하고 추적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청을 높였다.
김형오 사무총장은 언론보도를 접하자마자 반 외교장관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사실 여부를 확인했으나 명쾌한 답변이 없자 덜컥 화를 냈다.
김 사무총장은 "외교장관은 `지금 파악하고 있다'고 하는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기본임무가 아니냐"며 "한국외교의 현주소가 이런 수준이라는데 분노와 허탈감을 감출 수 없다"고 말했다.
외교부의 APTN 피랍 문의 `묵살' 의혹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 촉구도 이어졌다.
한선교 대변인은 논평에서 "5월31일 피랍된 후 20여일이 지나도록 외교부가 모르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숨기고 있었던 것 아닌가 의심을 갖게 된다"며 "국민의 안전에 조금이라도 신경을 썼더라면 김선일씨가 무참히 살해되는 비극적인 사태를 막을 수 있었던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안광호기자 ahn@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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