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국회 출범 후 24일 처음 실시된 이해찬 총리 후보 인사청문회는 지난 국회와는 상당히 달라진 양상을 보였다.
16대 국회 개원 직후인 지난 2000년 6월 첫 도입.실시된 총리 후보 인사청문회는 지금까지 이한동-장상-장대환-김석수-고건 총리 후보를 거치며 5번 실시됐다.
역대 6번째인 이번 총리 후보 청문회는 우선 17대 국회 재적 의원 299명 중 3분의 2가 넘는 187명이 초선 의원이라는 점을 반영하듯, 청문위원 구성에 있어서도 초선의원이 전체 위원 13명 가운데 8명(62%)을 차지, `정치권 물갈이'를 실감케 했다.
또 그동안 주로 총리후보의 도덕성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공방을 벌였던 것과는 달리 이번 청문회에선 총리 후보로서 국정수행 능력과 자질을 검증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꼬투리잡기식 도덕성 시비 속에 청문회를 정치공세의 장으로 활용하며 여야 의원간 기싸움을 벌였던 과거와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었다.
이날 청문회에선 김선일씨 피랍사건, 이라크 파병문제, 행정수도 이전 논란,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교육개혁방안 등 정책 현안이나 과거 후보가 수행했던 정책에 대한 평가를 놓고 의원과 후보자간 치열한 논리전이 전개됐다.
또 증인.참고인으로 채택된 12명 중에서도 11명이 이 후보가 교육부장관 시절 실시했던 교육개혁과 관련된 인사들이라는 점에서 청문회가 비로소 정책청문회로 자리잡아가고 있음을 뒷받침했다.
물론 이 후보 부인의 건강보험료 미납, 대부도 땅 구입 동기 의혹, 이 후보 장녀의 `과외'논란 등 도덕성 문제를 둘러싼 추궁이 뒤따르기도 했지만 정책이슈를 선점할만한 비중을 차지하지는 못했다.
이처럼 `정책 청문회'가 가능하게 된 이유는 5선 의원인 이 후보가 그간 공직자 재산등록 등을 거치면서 어느 정도 주변에 대한 검증이 완료된 인물이라는 점도 크게 작용한 측면이 있다.
이런 가운데 그동안 의원들이 후보에 대해 질문만 퍼붓고 제대로 답변할 기회를 주지 않아 후보들의 불만을 사곤 했던 관행도 이번에는 괄목할만하게 개선됐다.
지금까지는 질의와 답변을 합해 의원 1인당 30분씩 시간을 할애했으나 이번엔 질문시간만 따져서 15분간 질의토록 규정해 후보에게 충분한 답변기회를 보장했다.
오히려 이 후보의 발언이 의원 질문보다 길어져 의원들로부터 회의운영에 대한 `항의'가 나오기도 했다.
또 몇몇 여당 의원은 질의시간에 전경련 간담회나 청와대에서 선물받은 책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 등 청문회와 관련이 없는 얘기로 시간을 허비하는가 하면,이 후보를 검증하기 보다는 선전하고 감싸는 발언으로 일관하는 등 여전히 통과의례식 `구태'를 보이기도 했다.후보측 및 관계기관의 부실한 답변자료 제출도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았다.
안광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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