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따라서 5살 때부터 음악을 접했어요. 대금의 매력이라고 한다면 나 역시 무아지경으로 빠져든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수원문화재단(대표이사 박래헌) 전통문화관이 선보이고 있는 ‘명인열전(名人列傳)’의 두 번째 주인공은 이생강 중요무형문화재 제45호 대금산조 예능보유자이다.
수원 전통문화관에서 펼쳐지는 ‘명인열전’은 국가무형문화재 예술가들의 기획공연이며, 이생강 대금산조 예능보유자는 지난달 28일 공연을 선보였다.
공연에 앞서 만난 이생강 대금산조 예능보유자는 “음악은 모든 것이 말 억양에 따라 변천돼왔다”면서 평평한 서울말의 평조, 억양이 센 경상도 말, 휘어지는 억양의 전라도 말의 차이를 설명했다.
대금산조 한주환 명인의 제자인 그는 대금뿐 아니라 평소에도 단소, 피리, 퉁소, 태평소, 쌍피리 등 5~6가지 악기를 들고 다니며 연주한다고 소개했다.
6·25 전쟁이 발생한 1950년 당시 부산에 살던 그는 지역으로 피난 온 국악 대가들에 의해 저절로 음악을 배웠다며 지난날을 회상했다.
1937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난 그는 아버지가 ‘강하게 살아야 한다’고 지어주신 이름 날 생(生) 굳셀 강(剛)처럼 굳건한 삶을 살아왔다.
특히 이생강 대금산조 예능보유자는 “1960년 5월 17일 한국민속예술단 소속 무용수, 악사 등 33명과 함께 비행기를 타고 프랑스 파리에 갔다”며 “우리나라 음악을 세계에 알리는데 한몫했다”고 말했다.
이생강 대금산조 예능보유자는 33명과 함께 ‘춘향전’ 무용극 공연을 앞두고 있었는데, 주인공 안나영이 급하게 맹장수술을 하게 돼 그 빈자리를 대금연주로 채우게 됐다. 뜻밖의 계기로 해외에서 민속악기 독주회를 처음 갖게 된 그는 해외에서도 관심을 모았다.
추억을 회상하던 이생강 대금산조 예능보유자는 ‘명인열전’을 비롯하여 자신의 대금 연주를 접하는 이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대금을 연주하다 보면 ‘무아지경(無我之境)’이라는 말처럼 나도 모르는 새에 빠져든다”며 “코로나19로 올해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데 선현들의 지혜처럼 만파식적으로 희망을 노래하겠다”고 전했다.
[ 경기신문 = 신연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