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다가서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아니, 가까이 다가서야만 볼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우연히 발견해 놀라기도 하고, 쉽게 놓쳐버린 순간에 후회하기도 한다.
매미의 성장과 탄생 과정을 그려낸 장현정 작가의 그림책 ‘피어나다’는 관찰을 통한 감동의 순간을 독자에게 조용하게 전달한다.
이 책의 감상은 책 표지에서부터 시작된다.
한 줄기 여린 꽃나무의 보라색 꽃잎, 그 위에 앉은 연녹색 곤충, 그리고 정갈한 글씨체로 부드럽게 써 내려간 ‘피어나다’가 한 폭의 시화(詩畫)를 보는 느낌이다.
작가가 자신의 소개 페이지에 남긴 ‘허물을 수집하러 이곳저곳 돌아다녔습니다. 그때 그 시간, 그 자리의 향기를 담았습니다”라는 메시지마저 한 글자씩 천천히 읊게 된다.
땅속에서 움트는 새싹을 따라 지상으로 올라온 작은 유충을 본 순간부터 시선은 자연스럽게 유충을 따라 이동한다.
벌레의 움직임과 주변 소리를 표현한 활자는 실제 소리가 되어 눈이 아닌 귀를 통해 들어오는 듯하다.
글로 자세히 묘사하지 않아 더 생생하다.
유충을 따라 느릿느릿, 살금살금 나무 위로 올라가 주변을 살핀다.
안전한 곳을 찾아 움직이고 또 움직이다 마침내 허물을 벗는 장면이 등장한다.
작가가 ‘피어나다’로 표현한 바로 그 장면이다.
그러나 아직 완전히 피어난 것은 아니다.
날개가 완전히 말라 더 높이 오를 수 있을 때까지의 시간이 필요하다.
개미와 사마귀, 참새 등 천적들을 만나는 장면에선 매미에 동화돼, 숨 죽이고 매미가 숨을 만한 곳을 찾게 된다.
매미는 숱한 어려움을 딛고 피어나고, 또 피어나 마침내 ‘맴맴’ 합창하며 뜨거운 여름을 맞이한다.
적힌 글자라곤 몇 마디 의성어와 의태어뿐인데 마지막 페이지를 만나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그림 하나하나에 빠져들어 생각이 깊어진 탓이다.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고통의 시간, 견뎌야만 하는 괴로움, 가까운 이를 잃은 슬픔, 그러나 살아내야 하는 힘겨운 삶….
이 복잡한 감정들을 길게는 7년을 기다려 한껏 피어난 매미의 완성된 모습으로 위로 받는다.
그리하여, 이 온기를 독자들과 함께 짧게나마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다. (길벗어린이 / 값 1만6000원)
[ 경기신문 = 박지영 기자 / 사진=조병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