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표 '농민기본소득' 예산안…도의회 심의 통과 난항

2020.11.23 17:12:45 3면

농정해양위 예산 심의 첫날부터 질타
176억원 전액 삭감 '으름장'까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역점사업인 기본소득을 실험적으로 적용하기 위한 ‘농민기본소득’ 예산이 심의 첫날부터 경기도의원들의 질타를 받고 있다. 예산안 통과를 위한 험난한 여정이 예고된다.

 

경기도의회 농정해양위원회는 23일 도 농정해양국이 제출한 2021년도 예산안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농민기본소득 예산 편성의 부적절함과 문제점을 지적했다.

 

의원들은 제도 시행의 법적근거가 될 조례안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예산이 먼저 편성됨에 따라 경기도의회가 ‘잘못된 절차’, ‘도의회를 무시한 처사’ 등을 거론하며, '전액 삭감'이라는 으름장까지 놓고 있다.

 

도는 앞서 2일 28조7925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한 가운데 농민기본소득(1인당 월 5만원씩 연간 60만원을 지역화폐로 지급) 예산 176억 1300만원을 편성해 의회에 제출했다.

 

정승현(더민주·안산4) 의원은 이날 심의에서 “농정해양위를 포함해 의회 차원에서 농민기본소득의 취지를 잘 알고, 필요성도 느끼고 있다”면서 “그러나 관련조례안이 상정도 안 된 상태에서 예산을 요구하는 것은 집행부에서 반성해야 한다. 조례가 없는데 어떻게 예산을 심의하고 의결할 수 있냐”라고 질타했다.

 

이어 “기본취지는 인정하지만 절차상 문제도 있고, 명분도 명확하지 않고, 조건도 없는 상태에서 승인은 힘들다”고 덧붙였다.

 

백승기(더민주·안성2) 의원도 “조례 없이 예산을 세울 수 없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있냐”라며 “농민기본소득이 농민에게 얼마나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나, 청년농업인과 여성농업인에게 연간 60만원을 지원하는 것이 그렇게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또 이날 농정국이 농민기본소득 편성을 이유로 정작 필요한 다른 사업들을 삭감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김철환(더민주·김포3) 의원은 “‘해양레저 인력양성’ 등 필요한 농정예산을 다 살리지 못했다”며 “농민기본소득 167억원에 매몰돼 다른 것에 신경을 못 쓴 것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양경석(더민주·평택1) 의원도 “농정국의 존재 이유는 농업의 안전한 환경을 조성해 농업인들의 농업을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하지만 기본소득 등에 정작 필요한 사업들이 묻히고 있고, 현실성도 떨어진다. 집행부 직원들은 농민을 생각해야 하는데 예산안을 보면 너무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충범 도 농정해양국장은 “(늦어도) 올해 9~10월 회기에는 관련조례안이 통과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진행했는데, 조례 없이 예산을 편성한 것에 대해서는 송구하다”며 “조례가 생긴 뒤 추경예산을 할 경우 해당 제도가 너무 늦게 진행될 것으로 보여 병행하자는 생각에 진행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김인영(더민주·이천2) 위원장은 “공익적 가치, 농민의 어려움 등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만, 정작 농정국에서는 농민기본소득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한편 농정해양위원회는 지난 9월 임시회에서 타 직군과의 형평성, 타 사업 삭감을 통한 농민기본소득 예산 편성 불가를 이유로 관련조례안의 상임위 안건 상정을 보류했다.

 

[ 경기신문 = 박건 기자 ]

박건 기자 90virus@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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