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된 첫날. 정부의 방역 강화조치에 직격탄을 맞은 듯한 모습이 이곳저곳에 나타나고 있었고, 무엇보다 자영업자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져 가고 있었다.
23일 오후 11시 50분, 인계동에 있는 대부분의 식당과 술집은 24일이 채 되기도 전에 마감하는 모습이었다.
업소들이 급히 마감해 한때 인계동 내 거리는 귀가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 모습은 오래가지 못하고 금새 고요해졌다.
아예 문조차 열지 않은 곳도 있었다. A클럽은 문에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정부 지침으로 인해 2주간 임시 휴업합니다’라는 문구가 쓰인 종이를 붙여놨다.
바로 앞에 있는 B클럽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곳에는 시청에서 나와 붙여 놓은 집합금지명령 공문도 붙여져 있었다. 클럽 외에 A헌팅포차도 이날 문을 열지 않은 모습이었다.
클럽 등 유흥주점과 단란주점, 콜라텍, 감성주점, 헌팅포차 등 유흥시설 5종에 사실상 영업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일부 운영을 계속하는 가게들도 보였지만, 코로나19 확산세 탓인지 고작 두 팀 정도의 손님밖에 없어 휑한 모습을 보였다.
수원역 로데오거리도 마찬가지였다. 늘상 들리던 버스커의 노랫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이를 구경하던 사람들도 온데간데 없어 적막한 분위기만 감돌았다.
음주를 즐기는 사람들조차 찾기 힘들었다. 수원역도 많은 가게가 서둘러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늘 사람들로 북적이던 인기 많은 술집도 거리두기 2단계 영향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이곳은 이미 의자를 테이블 위에 모두 올려놓고 마감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영통동 먹자골목도 비슷했다. 새벽 2~3시까지 영업하던 술집은 이미 문이 굳게 닫혀있었고, 그나마 열려있는 곳도 문을 닫기 위해 정리하고 있는 곳들이었다.
이처럼 자영업자들은 대체로 이른 시간에 가게를 마감하는 등 정부의 지침에 잘 따르고 있었지만, 쓰린 속내는 감추지 못했다.
인계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최모(20대·남)씨는 “코로나19 확산세를 잡으려면 어쩔 수 없는 결정이란 걸 알면서도 당장 생계가 걸려있어서 그런지 속상하고 암울한 건 숨길 수 없다. 너무 힘이 든다”고 한탄했다.
영통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김모(60대·여) 씨도 “다른 가게도 마찬가지겠지만, 저희 가게는 9시나 돼야 사람이 몰리는데 9시에 닫아야 하니 착잡하다. 한 2~3일 정도 운영해보고 별 소득이 없으면 아예 가게를 쉴 예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 자영업자는 정부의 정책을 직접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용인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솔직히 계속 반복되는 제한이 자영업자들에겐 너무 가혹하다. 애초에 경제를 못 살리더라도 방역이라도 확실히 잡았으면 오히려 덜 힘들었을 거다”라며 “경제와 방역 둘 다 잡겠다고 거리두기를 완화한 건 어불성설이었다”라고 전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19일 0시부터 수도권에 대한 거리 두기를 1.5단계로 격상했지만, 효과를 거두기까지 최소 10일 이상 시간이 소요되고 곧 치러질 수능 등의 상황을 고려해 지난 22일 2단계 격상을 결정했다.
24일 0시부터 격상된 거리두기 2단계는 12월 7일까지 2주간 적용된다.
[ 경기신문 = 김기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