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 사는 청년들의 삶을 지역과 젠터 관점에서 조명한다. 그리고 이들의 삶을 연결할 수 있는지역별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원장 정정옥)의 청년지역 양성평등 문화혁신 프로젝트, '젠더공감 2030'이 목표하는 지향점이다. 지역에서의 청년들의 삶을 가시화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방안 모색을 위한 것이 바로 이 사업의 취지인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총 6개팀이 참여해 활약을 펼쳤다. 코로19로 인해 역시나 어려운 점이 많았지만, 현장 이야기를 듣고 이슈를 발굴하기 위한 이들의 고군분투는 눈부시게 빛났다.
여전히 가야할 길이 멀고, 그 과정이 다소 버거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성평등 문화가 확산되는 해피엔딩을 꿈꾸고 열심히 뛰고 있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붉은 몫소리는 8~10명 내의 여성들이 반성폭력 운동에 대해 고민하고 페미니즘 학습세미나를 하기 위해 뭉친 모임이다. 2009년 3월부터 페미니즘 세미나를 시작, 일부 회원들은 성폭력예방교육 전문강사 자격을 취득하고 활동 중이다.
2011년엔 장애여성을 주제로 한 토론회도 만들었다. 특히 직장 내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에 참여하는 등 여성의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도록 실천 방안을 모색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 젠더공감 2020'에 참여한 주인공들은 2018년 '여성주의 글쓰기' 모임을 통해 만난 이들이다. 약 6개월 간의 모임 이후 그 성과들을 책으로 내는 게 목표였다. 하지만 각자 바쁘기도 하고, 예산의 문제도 있어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완성할 수 있었다. 2030 청년들의 목소리를 담은 책 발간을 말이다.
기획부터 편집, 홍보까지 직접 다 하는, 독립출판의 과정을 경험해 보고 또 이 과정에서 글쓰기 교육, 독립출판 교육, 성평등 교육 등을 받음으로써 멤버들이 한 층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담장넘어는 여자 셋, 남자 한 명으로 구성된 팀이다. 한국 사회의 차별과 불평등에 관심이 많았
고, 그 중 성차별은 일상에 뿌리 깊게 녹아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OECD 기준으로 남녀 임금 격차는 세계 1위이며, 맞벌이 가정의 남편 가사 분담률은 꼴찌. 성평등 지수도 하위권이다.
생활속에서도 차별이 만연하지만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이들은 말한다. 성평등한 세상에 살아보지 않았기에, 조금만 나아져도 '여성 상위시대'를 외친다면서 말이다.
그래서 준비한 프로젝트로 성차별을 함께 타파하자는 의미를 전달하고자 했다. 수원역에 '성차별'을 반대하는 광고를 게시했는데, 여기에는 '오늘도 성평등한 세상을 위해 앞장서는 당신과 with you'라고 쓰여 있다.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걸린 것 자체로 뿌듯하다는 이들이다.
◆시네-물은 영화를 뜻하는 시네와 시냇물을 합친 팀명으로, 영화라는 대중적이고 친근한 매체를 통해 경기도 지역에 성평등 문화를 확산시키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모임은 성남에 위치한 이우고등학교 졸업생들이 모여 페미니즘을 함께 공부하기 위해 만든, 북스터디 모임 '지지아나'에서 시작됐다. 팀원들은 페미니즘 도서를 발제하고 의견을 공유하면서 학교와 지역의 젠더 문제 해결에 대해 고민해왔다.
그러던 중, 이제는 내부의 성평등 학습과 논의를 넘어 우리가 속한 지역을 중심으로 성평등 문화 확산을 꾀해보자 해서 '시네-물'이란 이름으로 성평등 마을영화상영회를 기획하게 됐다. 여성주의 문화 콘텐츠와 담론의 장이 부족한 경기도에 지역 주민이 모여 이를 향유하고, 지역의 젠더 문제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자 한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피의 연대기’, ‘아워바디’,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 나는 반대한다’ 등 세 영화의 상영회 및 토크를 진행했다. 이 중 ‘피의 연대기’ 상영회는 감독 초청 GV(Guest Visit)로 이뤄져 많은 참여를 이끌어냈다. 또 참여자들은 대부분 2030 청년들이었지만, 그 외 다양한 세대의 참여도 눈에 띄었다.
조현정 팀장은 "어머니와 함께 동행한 어떤 참여자는 영화를 통해 쉽게 성평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며 "세 번의 행사를 모두 참여한 분도 있었는데, 경기도에서 청년들이 성평등을 위해 모이는 자리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반갑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해주셨다"고 전했다.
◆컨티뉴어는 게임에서 패배했을 때 마주치는 continue?(계속하시겠습니까?)라는 문구에서 착안, 게임 업계 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나가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업계 종사자 한 사람, 게임을 좋아하는 학생 한 사람이 모여 팀을 만들었고, 여성 인권 및 노동 문제에 관심이 있는 학생 두 명이 합류해 총 4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이 주목하고 있는 건, 게임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 성적 대상화 문제와 여성에 대한 성차별 및 반페미니즘 정서가 만연한 업계의 상황이다. 작업물에 있어 여성의 의견을 개진하기 어렵거나,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여성 동료 및 선배가 없거나, 커리어 지속이 불투명해지기도 하는 까닭이다.
게다가 혹독한 업무량과 여성 혐오가 만연한 근로 문화로 인해 여성들이 오래 버티기 더 어려운 게 업계의 실정. 우연히 알게 된 '젠더공감 2030'은 게임 업계 종사자들을 위해 무언가 해볼 수 있는 기회로 다가왔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서는 현직 개발자 2명의 강연과 소모임 조직을 위한 네트워킹을 진행했다. 그리고 게임을 함께하는 모임 두 개와 문화생활 감상을 함께하는 모임 하나가 만들어지는 성과를 거뒀다.
◆핸드스프링은 체조 용어다. 마루운동에서 제자리손짚고돌기 동작을 말하는데, 체육 임용고시 준비생들이 실기 과목에서 요구받는 동작이다. 영화의 소재로 쓰게 된 핸드스프링, 이것이 그대로 팀 이름으로 정해진 것이다.
김현진 팀장을 비롯해 팀원들 모두 영화 관련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 김현진(한국예술종합학교 영화과 재학 중), 장영채(중앙대학교 영화과 재학 중), 진채린(한국예술종합학교 영화과 졸업), 장재훈(상명대학교 영화과 재학 중) 등. 이들은 20분 분량의 단편 영화 제작에 도전했다. 영화는 중등임용고시를 준비하는 여성이 체육활동을 통해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보여주고자 한다.
◆울림은 “성평등의 목소리가 널리 울려 퍼지도록 하자”라는 뜻에서 지어진 이름이다. 그 출발은 여성주의 도서를 함께 읽고 이야기하는 학교 커뮤니티, 온라인 독서모임에서 시작됐다. 그렇게 2018년 이후부터 지금까지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여성 감독, 여성 주연, 여성 서사 영화가 개봉했을 땐 학교 근처의 상영관 하나를 대관해 상영 행사를 했고, 여성 사범으로부터 배우는 주짓수호신술 워크숍을 열었다. 인기 여성 연사를 초청해 '여성의 야망'이라는 새로운 주제로 강연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주제는 '2030 청년여성, 내가 가장이다!' 였다. 행사는 여성 유관 경제 정책, 제도의 현재에 대해 함께 알아보고 그 미래에 대해 토론하는 스터디 및 토론회와 비혼여성 유명 연사 초청 강연 등 크게 두 가지로 진행됐다. 물론 온라인으로 이뤄졌다.
성공적으로 행사를 마친 후엔 스터디에 참여하지 못한 수많은 여성들에게도 유익한 정부 정책들을 공유하기 위한 카드뉴스를 배포했다. 더 많은 여성들이 정부의 청년여성정책에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특히 '나는 내 파이를 구할 뿐 인류를 구하러 온 게 아니라고'의 저자 김진아 작가의 '결국 나를 지키는 비혼'이라는 주제 강연은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오프라인이었다면 불가능했을 강원, 대전, 울산, 제주 등 전국 각지, 심지어 미국과 독일 등 해외 거주자들까지 함께 할 정도였다.
전하영 팀원은 "우리 팀은 2019년에 지원했다가 떨어졌었는데, 올해 재지원해 당선돼 사업에 참여할 수 있었다"면서 "작은 행사들을 진행하는 것도 의미 있었지만, 좀 더 많은 분들과 큰 규모로 소통하는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해볼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모든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료한 6개 팀은 성취감과 보람이라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슴에 품고 지금껏 그래듯, 각자의 자리에서 또 다른 미래를 구상하고 있다.
밤을 새워가면서까지 함께 고민하고 진행했던 이번 사업들은 그들에게 커다란 자양분이 됐고, 이들이 한층 더 성장해 나갈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아직은 기획이나 실행면에서 서투를 수 있는 20대 청년들에게 제공된 맞춤형 멘토링은 그 의미가 더했다.
지원금을 낭비 없이 모두 소진하기 위해 애썼던 시간들, 온라인 실시간 방송을 송출하기 위해 분주했던 날들, 세금 처리 방법 등 서류 작성을 위해 골머리를 앓았던 순간 등 모두가 이들에겐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시간적으로 너무 촉박했다는 것, 경기북부와 지역적인 접근성의 한계를 느꼈다는 점 등이다.
사업을 마친 소감에 대해서는 팀 모두가 "대학 기반 여성주의 모임으로서, 대학 내 활동에서 범위와 규모를 확대해보고 싶다면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의 '젠더공감 2030' 프로젝트를 적극 추천한다"고 입을 모았다. (자료=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제공)
[ 경기신문 = 강경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