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진칼럼] 왜 검찰 개혁인가

2020.12.11 06:00:00 13면

 

블랙머니와 검사의 두 얼굴

 

“블랙머니”. 검은 돈, 뇌물이나 부정한 거래에 은밀하게 오가는 돈이라는 뜻인데, 은행매각 비리, 금융 범죄를 다룬 영화이다. 이 영화의 소재는 외국계 사모펀드가 은행을 헐값에 매입하고, 매각한 사건을 파헤치는 검사 이야기. 영화에서 사건의 실체적 진실에 접근한 수사 검사가 수사 중지라는 윗선의 외압에도 불구하고 관련된 증거자료를 폭로한다. 그런데 부장검사와 사건 배후에 있는 핵심 인물인 전직 총리가 사건 실체의 은폐를 은밀히 합의하는 데, 더 눈길을 끈 것은 검사 사무실 벽면에 걸린 액자였다. 이 액자에는 “공명정대(公明正大)”라는 네 글자가 큼지막하게 쓰여 있었다.

 

 

공명정대한 길을 걸어 왔는가

 

현실은 영화는 다르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내외부적 압력에 따른 사건 무마 등 사회적 사건을 그저 영화 속의 픽션으로만 볼 수 없다.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논란의 중심에서 검찰이 처한 현실이다. 그간 검찰이 가진 권한을 정당하게 행사해 왔는지에 대해 동의하기 어려운 것은 주지의 사실이 되었다. 언론을 통해 공개된 사건들만 해도 수도 없다. 정치적 과잉 수사를 한다든지, 기소할 혐의자를 불기소 처분한다든지, 제대로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지 않은 사건들이 너무도 많은 것이다.

 

공명정대는 “공평하고 사심없이 밝히며, 당당하고 떳떳하다”는 말이다. 수사와 기소권을 전적으로 가진 검사가 추구할 만하고, 사회적으로도 검사에게 요구할 만한 덕목이다. 이같은 당위론적인 가치가 실현되고 있는지에 대해서 국민들은 몇 점을 주고 있을까. 만족스런 점수를 줄 수 없으니 그 어느 때보다 검찰 개혁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검찰권 행사의 공정성과 균형, 사회적 정의의 실현은 법전과 독점적 기소권 속에만 있는 것인가.

 

 

제도적 견제와 균형 장치로서 공수처, 조속히 출범해야

 

영국의 역사학자이면서 정치가였던 존 액튼 경(John Dalberg Acton)은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고 했다. 역사는 강한 권력에는 견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 견제 장치가 없었던 권력기관은 스스로 그 권력에 취해 무너진 것이다. 검찰은 기소 독점이라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고 있는데, 그 권력이 공명정대하게 행사되어 왔다고 많은 국민들은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검찰개혁이라는 국민적 공감대 위에서 어렵게 공수처법이 입법되었다. 하지만 여야간 첨예한 대립으로 공수처가 출범하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물론 공수처가 견제와 균형 장치로서 완벽하지 않은 측면도 있다. 이제는 소모적 정쟁과 발목잡기를 거두고 수사와 기소 독점권을 견제할 장치와 제도로서 공수처를 조속히 출범시키고, 검찰 개혁의 초석을 다져야 할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검찰 개혁이라는 오랜 국민적 여망에 정치권이 부응하는 것이다.

 

신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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