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낀 소설로 문학상 5개 받은 男작가…당선취소에 해촉까지

2021.01.18 09:57:06 10면

<경북일보> 문학대전 운영위 "당선취소 결정 내려, 상금 환수 요청 예정"
A씨 소속 언론사 "당사 대학생기자였으나 해촉 … 당사 비난 삼가" 당부
표절에 대한 안일한 인식, 최소한 검증장치, 남발되는 문학상 등…문학계 파장

 

한 남성 A씨가 기존 수상 작품을 도용해 5개 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문학계가 발칵 뒤집어졌다.

 

17일 <경북일보>는 즉각 당선 취소 결정을 내리고 상금 환수 요청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경북일보> 보도에 따르면, 문학대전 운영위원회 측은 “지난 15일 제7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응모 기준을 위반한 당선작(가작) ‘뿌리’에 대한 당선 취소 결정을 내린 상태”라며 “이와 더불어 상금 환수를 요청할 예정이며 반환하지 않을시 소액반환청구소송 등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위원회에 따르면 ‘제16회 사계 김장생 문학상’ 신인상, ‘2020포천38문학상’ 대학부 최우수상 당선작이 제7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당선작과 동일한 원고로 확인됐다.

 

또한 A씨가 소속된 인터넷 언론사 B사는 그에 대해 즉각 해촉 결정을 내렸다. 해당 언론사는 이날 "표절 의혹을 받고 있는 A씨에 대해 해촉 결정을 내렸다"며 "A씨는 더 이상 당사의 대학생 기자, 청년 기자가 아니며, 위 사건에 관하여 당사에 대한 무분별한 비난은 삼가하여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표절 작품이 5개 문학 공모전에서 수상을 했다는 이번 논란은 문학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표절 행위 자체를 범죄로 인식하지 않는 점 문제지만, 이를 검증할 수 없는 최소한의 가이드라인도 없는 구조적 문제 그리고 이런 시스템 부재 속에서 각종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지가 문학상을 남발하고 있는 점도 도마에 올랐다. 

 

이번 논란은 2018년 '백마문화상'을 받은 단편소설 '뿌리'를 쓴 김민정 작가가 지난 16일 소셜미디어에 자신의 소설을 그대로 도용한 남성이 5개의 문학 공모전에서 수상했다며 문제를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A씨는 ▲제 16회 사계 김장생 문학상' 신인상 ▲2020 포천 38문학상 대학부 최우수상 ▲제7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가작 ▲제2회 글로리시니어 신춘문예 ▲소설전문 계간지 ‘소설 미학’ 2021년 신년호 신인상 등을 수상했다.

 

김 씨에 따르면, A씨는 4개 문학상에는 뿌리라는 제목 그대로 출품했고, 글로리시니어 신춘문예에는 제목을 ‘꿈’으로 바꿔 제출했다.

 

포천 38문학상과 경북일보 문학대전에 출품할 땐 소설 속 병원 이름을 ‘포천병원’으로 바꿨다. 실제로 소설 미학 등에는 김 씨의 원작과 똑같은 작품이 A 씨의 이름으로 실려 있다.

 

김 씨는 자신의 SNS에 “제 작품 ‘뿌리’는 온라인에 본문이 게시돼 있어 구글링만 해 봐도 전문이 나온다”며 “문학상 규모와 상관없이 당선작에는 표절, 도용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백마문화상은 명지대 명대신문사가 전국의 대학생과 휴학생을 대상으로 여는 문학 공모상이다. 수상작은 명대신문에 게재돼 온라인에서도 읽을 수 있다.

 

이어 김 씨는 “제보를 해 주신 분들이 없었더라면 저는 이 일을 끝까지 몰랐을 테고, 남의 작품으로 금전적 이득과 영예를 취하며 수상작품집까지 발간되는 이 기형적인 행태가 자정과 반성 없이 계속 자행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유연석 기자 ]

유연석 기자 ccbb@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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