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실학자들의 일화... 동화 읽듯 재밌는 스토리로

2021.01.18 11:06:51 10면

경기문화재단 실학박물관, 실학스토리북 온라인콘텐츠 개발
'실학자 이야기, 콩 한 알 스무 걸음' 등.... 다음달 9일까지 총 10편 공개

콩 한 알, 이십 걸음

 

콩 한 알로 이십 걸음 간다는 걸 그날 처음 배웠네
황금 같은 그 말씀으로 온 가족 다시 일어섰고
나도 이 세상에서 콩처럼 필요한 사람 되려 하네

 

 

1753년(영조29) 경기도에 큰 흉년이 들었을 때 사비를 털어 콩을 사 백성을 구한 일화로 유명한 성호 이익. 그가 애써 콩밭을 가꾸고 있던 어느날, 굶주림에 젖이 나오지 않는 엄마와 갓난 아기를 위해 콩을 훔치게 된 한 소녀가 있었다.

 

행랑아범에게 들켜 여러 차례 콩을 훔친 도둑으로 몰려 잡혀온 그녀에게 이익은 되레 콩죽과 두부, 그리고 비지와 볶은 콩까지 건네준다. "콩은 아주 소중한 것이다. 이 한 알 속에는, 오늘처럼 지친 너에게 이십 걸음을 걷게 해줄 귀한 영양가가 들어 있느니라. 내말 잊지 말거라. 알았느냐?” 하면서 말이다.

 

몇 년 후, 은혜에 감사하다며 찾아온 그녀가 때마침 열리고 있던 이익의 모임, '삼두회' 회원들 앞에서 읊은 시가 바로 위의 내용이다. 홍두라는 그 아이는 "다행히 아버지가 작은 자리를 얻게 되어 지금은 옛이야기하며 살고 있습니다. 모두가 나리 은공이옵니다”라는 인사를 전했고, 이익은 경사라며 기뻐했다.

 

 

경기문화재단 실학박물관(관장 김태희)은 이렇듯 조선 후기 실학자들의 생각과 일화들을, 마치 동화라도 읽어주는 듯한 이야기와 일러스트로 만들어 최근 온라인에 공개했다.

 

실학스토리북 온라인콘텐츠 개발 사업으로 추진 중인, 총 10편의 연재 가운데 '콩 한 알, 이십 걸음'의 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나머지 콘텐츠는 다음달 9일까지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콘텐츠는 특히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실학자의 생각과 삶을 이해할 수 있는 주제를 선정, 전문 작가의 대중적 글쓰기와 일러스트, 관련 사진 등을 종합해 완성됐다.

 

내용은 ▲다산 정약용 ▲반계 유형원 ▲성호 이익 ▲농암 유수원 ▲서계 박세당 등 교과서에 나오는 잘 알려진 실학자뿐 아니라 천주교도이자 저명한 학자였던 ▲녹암 권철신, 정조시대 무예교범을 완성한 ▲인재 백동수 등 다양한 인물들의 일화로 구성돼 있다.

 

 

김태희 관장은 "실학자들은 조선 후기 전쟁과 신분제적 모순 속에서 어려운 이야기만 하던 인물들이라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그들이 겪었던 현실은 보다 극적이고 아름다운 이야기로 가득하다"고 전했다.

 

예컨대 임금 앞에서 큰 소리로 직언했던 귀머거리 유수원, 전염병으로 자식을 잃고 마과회통을 지은 정약용, 살아생전 두 아들을 잃고 회한 속에서 삶을 마친 아버지 박세당 등 여러 인물들의 다채로운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이번 기획에는 연구자와 소설가, 일러스트 작가가 참여해 고증과 재미를 더했다. 연구자로는 김보름(안양대), 김세호(성균관대), 심희곤(고려대), 이병유(한국학중앙연구원), 작가로는 김명희(소설가, 시인), 채종인(소설가)이 참여했고, 일러스트는 디자인 업체 컬처랩이 맡았다.

 

[ 경기신문 = 강경묵 기자 ]

강경묵 기자 kamsa59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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