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적인 도전 이어갔던 비디오 아트의 ‘거장’

2021.02.01 09:54:34 10면

[백남준 15주기 기획(상)]

 

2006년 1월 29일, 세계적인 비디오 아트의 거장 백남준 작가가 타계한 지 올해로 15년이 됐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 발생으로 오랫동안 문을 닫아야 했고, 관람객을 만날 수 없었던 문화예술계에 강구책이 필요한 해인 만큼 혁신적인 도전을 이어갔던 故(고) 백남준 작가의 삶을 돌아보고자 한다. 

 

지난달 29일 서울시 강남구 봉은사 법왕루에서는 백남준 15주기 추모재가 열렸다.

 

백남준 작가의 장조카인 켄 백 하쿠타 씨는 추모영상을 통해 “지난 15년 간 백남준 미술세계의 행보는 매우 공사다망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는 백남준 전시를 언급했고, 한국에서는 백남준아트센터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그의 업적을 기리고 있음에 고마움을 표했다.

 

봉은사 주지 원명스님은 인사말을 통해 “세계적인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 선생이 돌아가신 이래로 뉴미디어 예술에 대한 정신과 백남준 선생에 대한 열의를 표하고자 추모재를 봉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오늘날 예술과 기술 결합의 기반을 마련한 백남준 선생처럼 다른 이들이 가보지 않은 길을 걷는 제2, 제3의 백남준 선생이 생겨나길 바란다”며 새로운 길을 탐색하는 고인의 혁신적인 도전정신이 이 시대 청년들에게 꼭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이처럼 혁신적인 비디오 아트를 선보이며 세계적인 거장으로 발자취를 남긴 백남준 작가의 작품세계는 오늘날에도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1932년생인 백남준 작가는 도쿄대학 미술사학 학사를 졸업, 1963년 3월 독일 부퍼탈의 갤러리 파르나스에서 첫 번째 개인전 ‘음악의 전시-전자 텔레비전’을 개최했다.

 

1993년 제45회 베니스비엔날레에서 독일 대표로 참가한 그는 황금사자상을 수상했고, 1996년에는 제1회 월간미술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2000년 대한민국 금관문화훈장을 받았고, 2006년에는 미국 타임지 선정 아시아의 영웅으로 선정돼 저력을 또 한 번 보여줬다.

 

아날로그 시대를 살았지만 늘 실험적이었으며, 방송국의 독점 방송이 아닌 누구든지 영상 제작과 편집을 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꾼 백남준의 철학은 백남준아트센터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2008년 문을 연 백남준아트센터는 단순히 백남준 작가를 기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돕는 역할을 한다. 백 작가가 생전 직접 명명한대로 ‘백남준이 오래 사는 집’이라는 미션을 수행하며 경계를 넘는 미술, 관계를 쌓는 미술관으로 자리매김했다.

 

2019년 취임한 4대 김성은 관장은 “백남준 작가의 작업의 출발은 늘 기술적인 동향이든 사회적인 동향이든 시대를 진단하고 ‘새로운 예술적 가능성을 어디서 찾을 것인가’ 고민했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디지털 문화이론 전문가인 레프 마노비치 뉴욕시립대학교 대학원 교수는 백남준 15주기 기념 대담을 통해 빅데이터 시대에 백남준의 예술과 사유를 현재적 관점에서 재고하는 시간을 가졌다.

 

레프 마노비치는 1960년대부터 컴퓨터의 잠재력을 예상하고, 다양한 포맷을 작품에 활용한 백남준 작가에 대해 “그의 모든 아이디어가 중요했으며, 흥미로운 아티스트인 그는 혁신가이자 사유가이다”라고 평했다.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진행 중인 ‘백남준 티브이 웨이브’ 전시장에 첫발을 내딛으면 일렬로 늘어선 24개의 어항 뒤에 텔레비전 모니터가 놓여 있는 ‘TV 물고기’ 작품을 볼 수 있다.

 

어항 속에서 헤엄치는 물고기와 화면 속 춤을 추고 있는 머스 커닝햄 등의 모습이 하나의 시공간으로 합쳐져 기술이 만들어낸 화면의 생생함과 자연의 살아있음의 대비를 나타낸다. 차이가 아닌 기술과 자연의 공존을 표현해 낸 백남준의 철학을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에서도 사유해보면 어떨까 싶다.

 

[ 경기신문 = 신연경 기자 ]

신연경 기자 shinyk@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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