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의 징검다리] 1인1만원 정치후원법제, 기본원칙은?

2021.02.09 06:00:00 13면

 

 

현행 정치자금법제 아래서 경제활동에 종사하지 않는 18세 이상 유권자는 아예 세제지원혜택에서 배제된다. 청소년, 대학생, 전업주부, 노인, 실업자 등 15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범주에 속한다. 저소득층 유권자의 경우 10만원까지는 전액세액공제를 받아 정치후원을 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정치후원을 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2018년 자료에 따르면 소득하위 50%는 정치후원금의 2%를 냈을 뿐이다. 거의 1000만 명이 이 범주에 해당한다. 4400만 유권자 중 2500만 이상을 정치후원의 세계에서 배제해온 작금의 상황을 그대로 방치하는 건 심각한 차별행위이자 중대한 위헌사태다. 1인1표 유권자들이 국고지원 정치후원법제를 통해서도 동일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제도를 재설계해야 한다. 요체는 다음과 같다.

 

첫째, 4400만 유권자 모두에게 국고지원을 받아 정치후원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줘야 한다. 이래야만 지금까지 원천 배제됐던 저소득층, 전업주부, 청소년, 노인, 실업자 등이 제몫의 목소리와 영향력을 찾을 수 있다. 둘째, 유권자 1인당 정치후원액수는 대폭 줄여야 한다. 지금의 연간 10만원을 연간 1만원(선거가 있는 해에는 2만원)으로 줄이면 된다. 연간 1인1만원 국고지원 정치후원법제 아래서도 매년 4400억(선거가 있는 해에는 8800억)의 정치후원금 모집이 가능하다.

 

셋째, 지금의 선 정치후원, 후 세금공제 방식을 선 국고지원, 후 정치후원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중앙선관위가 매년 1월1일자로 모든 유권자에게 1천원 권 정치후원쿠폰 10장(선거가 있는 해에는 20장)을 나눠준다. 유권자는 정치자금 모집권자 누구에게나 원하는 만큼 후원쿠폰을 줄 수 있다. 넷째, 정치권과 언론, 시민사회가 합심해서 유권자의 50% 이상이 정치쿠폰을 사용하도록 집중 홍보해야 한다. 정치쿠폰의 실제사용을 제2투표 혹은 중간평가로 규정하고 연초의 특정주간을 정치후원투표주간으로 설정해서 독려한다. 정당과 국회의원은 연초마다 유권자가 매긴 자신의 전년도 정치성적표를 받아들게 된다.

 

새 법제아래서는 지금처럼 국회의원 1인당 연5백만 원이나 총액기준 연2천만 원까지 개인후원을 허용할 이유가 전무하다. 유권자가 아무리 부자라도 1표만 갖듯이 모든 유권자는 매년 1만원 정치쿠폰만 제공받아 민주정치를 후원할 수 있을 뿐 더 이상은 금지된다. 향후 민주정치는 1인1표 투표권과 함께 1인1만원 정치후원권으로 뒷받침된다. 이것이 촛불민주주의의 정신에 부합하고 전 세계가 따라해야할 정치후원법제다.

곽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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