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입문서] 생존왕을 넘어 강팀으로, 인천유나이티드

2021.03.01 15:59:23 11면

 

월드컵만 보는 축구팬도, 해외축구만 보는 당신도, 이제 K리그에 입문하는 입문자들도 K리그를 즐길 수 있도록 알아두면 1%라도 도움 되는 K리그 입문서. 그 다섯 번째 페이지의 문을 연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볼턴 원더러스FC,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헤타페CF, 이탈리아 세리에 A의 우디네세 칼치오, 한국 K리그의 인천유나이티드. 이 네 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정답은 각 리그에서 생존왕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승강제의 도입으로 매 시즌 하위권을 기록한 팀들은 2부로 강등이 된다. 강등권 경쟁 속에서 항상 승리하며 꾸준히 잔류하는 ‘생존왕’ 인천유나이티드. 그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가을 인천의 서막

 

인천유나이티드는 K리그 1에 소속된 시민구단들 중 유일하게 단 한 번의 강등도 경험하지 않은 팀이다. 시즌 초와 달리 8~9월부터 강해지는 팀의 컬러 때문에 흔히 가을 인천이라고 불린다. 가을 인천의 역사는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3년 12월 30일 시민 구단으로 정식 창단한 인천유나이티드는 2004년 참가한 ‘삼성 하우젠 K리그 2004’에서 전반기 13위에 머무는 등 적응에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후반기 4위로 마치며 통합 12위를 기록하며 연착륙했다.

 

다음 시즌 인천유나이티드는 정규리그 통합 1위와 챔피언 결정전 준우승이라는 큰 성과를 창단 두 번째 시즌 만에 이뤘다. 2005시즌 인천은 정규리그 관중 1위를 기록하는 등 열정적인 팬들의 응원을 받아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2006시즌 리그에서는 통합 9위를 기록했지만, 제11회 하나은행 FA컵 3위를 달성했다. 2007년 삼성 하우젠컵 2007 3위와 제12회 하나은행 FA컵 3위를 기록한 인천은 이듬해 K리그 2009 통합 5위를 달성하는 등 중위권 정착에 힘을 썼다.

 

인천유나이티드는 2016시즌부터 본격적인 잔류왕의 면모를 보였다. 2015 시즌 FA컵 준우승을 거두며 좋은 분위기를 이어갈 듯했던 인천은 2016년 시즌이 개막하자 12라운드가 돼서야 첫 승을 기록하는 등 심각한 부진에 빠졌다.

 

강등 1순위로 꼽히던 인천은 9월 10일에 열린 29라운드를 시작으로 8경기에서 5승 3무를 기록하고 무패행진을 달리며 승점을 쌓아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즌 초반의 부진한 성적 때문에 순위는 강등권에 머물렀다. 결국 마지막 라운드 수원FC와의 경기가 펼쳐졌다.

 

이긴다면 잔류가 확정되는 경기, 인천은 김용환의 결승골로 수원FC를 잡아내며 최종 10위로 극적 잔류에 성공했다. 잔류가 확정되자 그라운드로 팬들이 쏟아져 나와 선수단과 함께 기쁨을 나눴다.

 

이후 꾸준히 극적인 잔류를 성공하며 인천유나이티드는 생존왕 이미지를 더욱 각인시켰다. 이번 시즌 생존왕보다 강팀으로 발돋움하는 것이 목표라는 인천유나이티드. 비록 2021시즌 개막전 포항스틸러스와의 경기에서 1-2로 패했지만, 아직 경기가 많이 남아있는 만큼 그들의 행보가 주목된다.

 

 

◇인천과 서울, 경인더비

 

인천유나이티드와 FC서울간 맞대결인 경인더비는 K리그 내 치열한 라이벌 매치로 유명하다. 두 팀 연고지인 인천광역시와 서울특별시가 지리적으로 가깝고, 인천유나이티드의 서포터스인 파랑검정과 FC서울의 서포터스 수호신 모두 열정적인 것으로 유명해 맞대결을 펼칠 때마다 뜨거운 경기를 선보인다.

 

두 팀의 라이벌 의식이 극에 달한 것은 2008년의 한 사건 때문이다. 그해 10월 FC서울의 걸개 하나가 사라지는 일이 있었는데, 그 걸개가 인천과의 경기에서 반으로 찢어진 채 발견된 것이다. 그라운드 위에서 경기를 뛰는 선수들뿐만 아니라 서포터스 간에도 크고 작은 충돌이 발생하는 등 이날 경기는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했다.

 

총 56번 진행된 경인더비는 25승 17무 14패로 FC서울이 우세하나, 2018년 인천은 서울을 만나 2승 2무를 기록하며 단 한 번의 패배도 허용하지 않았다. 이후 인천유나이티드는 2020년까지 10번의 맞대결을 펼쳐 4승 3무 3패로 우위를 달리고 있다.

 

오는 3월 13일 인천과 서울과의 경기가 예정돼 있어 어떤 경기를 보여줄지 팬들의 기대가 모이고 있다.

 

 

◇FC서울 잡고 잔류 확정

 

2020시즌 인천유나이티드는 항암치료를 위해 감독직에서 물러난 유상철 감독을 대신해 임완섭 감독 아래 새로운 팀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했다. 임 감독은 수비를 안정화시키기 위해 쓰리백으로 수비진을 개편해 새롭게 시즌을 맞았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천은 9라운드 서울전까지 연패를 기록하며 최악의 부진을 겪었다. 임완섭 감독은 성적 부진을 이유로 사임했고, 10라운드 울산과의 맞대결에서도 1-4로 패하며 1·2부 리그를 통틀어 유일하게 승리를 거두지 못한 팀이 됐다.

 

소방수로 부임한 조성환 감독은 16라운드 대구를 상대로 첫 승을 올렸고, 이후 4승 1무 2패를 기록하며 강등권 탈출에 시동을 걸었다. 26라운드 강등권 경쟁 중인 부산에게 2-1로 역전승한 인천은 운명의 27라운드 FC서울과의 대결을 맞았다.

 

10월 31일 펼쳐진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다면 잔류가 확정되는 인천, 전반 32분 미드필더 아길라르가 천금같은 득점에 성공했다. 인천은 아길라르의 골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부었고, 결국 승리를 이뤄냈다. 시즌 내내 최하위를 유지하던 인천은 서울전 승리로 다시 한 번 극적인 잔류에 성공했다.

 

 

◇‘원클럽맨’ 주장 김도혁

 

2021년 2월 7일 인천유나이티드는 시즌을 앞두고 김도혁을 주장으로 선임했다. 김도혁은 2014년 프로 데뷔 후 오직 인천에서만 선수 생활을 이어온 원클럽맨이다.

 

2014년 자유계약으로 인천의 유니폼을 입은 김도혁은 팀 중원의 새로운 옵션으로 자리잡으며 데뷔 시즌 26경기에 나서 2골 2도움을 기록하는 등 좋은 활약을 보였다. 2015년 부주장에 선임된 그는 활동량과 투지를 바탕으로 인천의 중원에 활력을 불어넣는 선수다.

 

2017년 상주상무와의 최종전 팀의 K리그 클래식 잔류를 확정짓는 쐐기골을 넣고 서포터스를 향해 큰절을 올린 김도혁은 2018년 아산 무궁화로 군 복무를 위해 인천을 잠시 떠났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를 프로에 데뷔시켜준 팀이다. 그것만으로도 평생 감사해야 한다. 이제 이 팀은 내 전부다”라 말하며 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비록 골을 많이 넣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묵묵히 팀에 공헌하는 김도혁을 여전히 팬들은 사랑한다.

 

[ 경기신문 = 김도균 수습기자 ]

김도균 수습기자 dok5@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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