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균의 재미있는 仁川 16 - 다방(茶房)이 낳은 예술

2021.04.20 09:04:44 15면

 길에서 길을 물어보는 사람들은 인천의 개항장 일대가 인천을 넘어 한국의 역사였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 없다. 격변기의 근·현대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곳이다. 서울의 명동, 광주의 금남, 부산의 광복동과 같은 대명사적인 곳으로 ‘인천 기억의 창고’라고 해도 과함이 없다.

 

일제하 인천 월미도를 예찬한 일본인(三淸一客)이 ‘월미도를 가인(佳人)이라고 표현하며 동(東)에다 인천의 도회를 지고 앞에는 영종제도(諸道)를 울타리하고...’라고 쓴 글을 보면 동쪽의 도회란 바로 개항장이요 터진개 신포동 일대를 가리킨 것이다.

 

인천은 그렇게 개항과 더불어 근대문화의 보고이자 관련지로 풍경은 신소설의 배경이 되고 화가들의 그림 주제로 화폭에 옮기며 민족의 위기 속 많은 애국지사들의 들고남의 장소가 됐고 저항문학의 산실이었다.

 

모더니즘이 범람할 1930년대의 중요한 공간적 지위를 가지며 도시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함께 강력한 비판적 의식의 문학을 탄생시킨 인천은 당시 모더니스트들의 순례지 같은 곳이었다. 왜냐면 인천에 오면 근대가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한편 서울을 향하는 관문으로 서구 열강이 각축을 벌이며 조계가 설정되고 그 각축과 모순 속에서 인천인들은 나름 토착성을 키우며 저항할 수 있는 힘을 축적하게 되는 묘한 감성이 어우러진 도시로 대변되는 것이다.

 

하여 해방 후 인천 예술의 르네상스의 기반이 되어 오늘을 낳는가 싶다. 문화예술인들이 인천엘 왜 오갔냐면 우선 가까운 거리에 바다가 있고 개항장 일대의 양관(洋館)들이 참으로 아름다웠다는 것이다. 화가들은 더욱 ‘이젤’을 걸머지고 인천으로 왔던 것이다. 후대 인천하면 ‘한국 수채화’의 발상지라는 별칭을 허용하며.

 

차(茶)라고 하면 동양적 인식이 강하게 풍기지만 다방(茶房)이라고 하면 동서양이 함께 어우러진 점방이라고 인식되어 해방 이후 동란까지 우리에게 어필되어 생활의 한 축을 차지한 ‘살이’라고도 풀이할 수 있는 단어다.

 

사람의 삶은 문화를 동반하고 있다. 이 다방문화는 1950년대부터 급속히 확산하면서 출입자들은 인텔리전트한 마인드를 가지고 룸-펜을 자처했다. 다방 구석에 있는 흔적들, 어느 목수의 손재주로 빚어진 아치형의 창문이 보기에도 옛스러운 얼굴을 내밀고 창틀에 더덕지게 바른 페인트, 흐린 어항에서 시간을 지그시 누르고 가라앉아 있는 물고기, 그리고 벽에 연대와 작가를 알 수 없는 그림 같지 않은 그림 등등의 풍광을 만들어낸 것은 개항이 쏟아낸 인천의 풍광(물)이다.

 

덧없이 좋은 것은 예술인들의 아지트로 모여 담론을 펼쳤던 공간임이 분명하지만, 왜 다방이란 공간이 전시장으로 활용되었나 궁금함이 샘솟는다.

 

인천의 화가들은 저마다의 영혼이 빚은 작품을 걸기 위하여 모이기 시작, 새로운 문화공간을 창출하기에 이르렀다.

 

1956년 10월3일부터 9일까지 열렸던 1회 박영성(국전 대통령상 수상)의 개인전이 ‘유토피아다방’에서 열렸고, 1968년 국제적 판화가 김상유의 첫 개인전이 동년 12월1일부터 7일까지 ‘은성다방’에서 열렸던 것처럼 말이다.

 

동시대를 걸어간 미술인들 거개가 다방에서 개인전 혹은 그룹전을 개최하며 전시공간의 부재를 해소한 분투의 노력이 곧 역사다.

 

‘해방기념 미술 전람회’ 인천전(1945년 12월)을 시작으로 1952년 제2회 ‘문총예술제’, 1964년 ‘앙떼팡탕전’이 소성(邵城)미술전으로 이름을 바꾸고 펼친 이 전시회들이 내동 금융조합(현 중소기업은행 건물) 2층에서 열린 전, 후의 인천의 미술을 더듬어 사라져 간 것들을 기억 속에서 건져 올리며 펼쳐가보자./ 시인·인천서예협회 고문

이인수 기자 yis6223@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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