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균의 재미있는 仁川 17 - 커피 칸타타, 예술의 향(香)

2021.05.11 09:33:10 15면

 “조용히, 잡담을 멈추세요. 떠들지 마시고요. 지금 일어나는 일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네가 커피를 그만 마시게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세 번, 하루에 세 번 커피를 마실 수 없다면 저는 고통스러운 나머지 말라비틀어진 염소 고기처럼 되고 말거예요.”

 

위 대사는 바흐가 만든 음악 ‘커피 칸타타’ 속에 나오는 아버지와 딸의 대화다. 커피 애호가인 딸과 그를 말리는 아버지의 극성, 그러나 딸의 커피에 대한 열정은 누그러들지 않는다.

 

내 청년시절 커피를 먹고파 들르는 다방(태양, 경동 소재)엘 가면 꼭 이 음악을 들으며 먹는 습관이 있었다.

 

그러나 이 노래는 커피를 즐겨 마시는 딸에게는 더 하고 싶은 마음이고 말리는 아버지보다 맞대응하는 딸에게 더 이입되게 마련이다. 마시지 말라는 이유가 없으니 더 마시고 싶은 게 사람의 심리라는 것을 잘 표현한 노래다.

 

“커피, 커피!”하며 딸이 환호하다시피 부르는 구절에는 자그마한 흥분이 묻어나기에 더 그렇다.

 

프랑스의 소설가 발자크는 절대적 커피의 애호가로 그 많은 작품을 커피 없이는 쓰지 못했을 것이고 바흐도 얼마나 좋아하는 커피일까 궁금하다.

 

공간의 부재에서 오는 미술 전시회는 그 시절 그렇다고 해도 음악 분야의 행사 또한 다방을 외면하지 못하였으니 한편으론 서글프기도 하다.

 

앞날을 살아가는 민중들을 누구보다 달래주는 것은 정치, 경제도 아니고 문화예술인데 그것을 담아낼 그릇이라면 다방, 다방은 소통의 공간이요, 삶의 활로로 문화가 젖어 있을 수밖에 없는 터다.

 

광복 전후 인천의 최초 연주 무대라면 표관(협률사, 현 애관극장)을 꼽고 홍난파에 바이올린을 사사한 박종성이 내리교회에서 연주한 것이 최초랄 수 있고 평양 숭실전문 출신의 피아니스트 최성진이 아닌가 한다.

 

1953년 4월 인천문총과 미군정훈실 후원으로 ‘등대다방’에서 열린 감상회를 필두로 1955년 7월에 미국 피아니스트 ‘시몬 번스틴’, 바이올리니스트 ‘케네스 골드’를 초청한 연주회도 역시 표관에서 공연, 전 곡목을 녹음해 같은 해 9월 등대다방에서 최성진의 해설과 최영섭의 진행으로 감상회를 열었다.

 

‘등대다방’, 다시 찾아가 보지만 흔적도 없음이 참 옛날이 아닐 수 없다.

 

1960년대를 이어온 다방의 변모도 새롭게 변하며 대형화된 추세로 전시공간으로 흡족하리만큼 제 몫을 해내며 새로이 문을 연 곳은 나름대로 전시예술인들에게 다가갔다.

 

전시예술 분야에 역사화 된 ‘오소회전’이 열렸던 ‘은성다방’은 1960년 초 문을 열고 2월20일부터 29일까지 김찬회 유화전을 필두로 문화사랑 예술방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이듬해 장선백 개인전, 장우홍 동양화 개인전, 5·16 기념전 등을 연이어 개최하며 ‘그 곳에 가면 그림을 볼 수 있다’는 등식을 만들어 갔다. 허나 1962년 제2회 5·16 기념전이 5월22일 개최됐으나 3일 후 화재가 나 30여 점의 그림이 소실되는 불운도 겪어야 하는 난감함도 있었다.

 

연중 가장 전시 횟수가 많았던 1963년은 헤쳐 모였던 모든 예술단체가 정비된 탓도 있었지만 삶의 질이 향상되는 조짐이 아닌가 싶었다. 남겨진 문헌에 의하면 유독 작가별 작품 판매와 금액이 언급된 점이 이를 뒷받침한 것이 아닐까 한다.

 

은성다방의 장선백 개인전, 서양화가 황추의 동·서양화 혼합전, 우문국의 소품전, 이철명과 이규선의 ‘금잔듸’다방 합동전, 이재호의 개인전으로 이름을 알린 ‘인형다방’, 제5회 앙데팡당전의 ‘명’다방...

 

인천 경기의 미술사적 의미를 부여하기에 충분한 ‘앙데팡당전’은 경기도전과 인천미술대전으로 발전되는 자양을 제공하기에 이르렀던 전시였다. 여류화가 김옥순의 출품작 4점이 전부 매진되는 사례(구술녹취 2008년 6월2일)는 지금까지도 전시예술 분야의 화두로 떠올려진다.

 

박영성 서양화 개인전이 다시 ‘은성다방’과 ‘자월다방’에서 열리고 원숙한 색조, 품격 높은 화경(畵境)과 시정(詩情)에 넘치는 작품이라 호평을 받은 김옥순의 첫 개인전 역시 ‘자월다방’으로 식을 줄 모르는 다방 전시는 화가들을 부르고 있었다./ 김학균·시인, 인천서예협회 고문

이인수 기자 yis6223@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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