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배의 공동선(共同善)] 언론참회 없는 ‘5월’은 여전히 미완성

2021.05.21 06:00:00 13면

 

 

 

단재 신채호는 역사는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의 기록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아’는 단순히 ‘내것’ 또는 ‘내 나라’가 아니다. ‘비아’인 모든 거짓과 구별되는 옳음을 가리키는 것이다. 따라서 올바른 역사는 그 진실을 담은 기록이 된다. 인간이 추구하는 진실한 삶의 기록만이 참된 역사가 된다는 의미이다. 단재가 망명객의 신분으로 만주 곳곳에 산재해 있는 수만개에 이르는 고구려인들의 거대한 무덤을 찾아낸 까닭이다. 그는 이로써 우리나라 최초의 많은 실증적 역사가가 되었다.

 

진정한 역사가가 올바른 사료를 근거로 진실한 사람들의 생생한 기록을 담아야 하는 이를 지칭하는 것처럼 언론인 역시 비록 작지만 당대의 살아있는 현장기록을 역사로 쓰는 위치에 있어야 한다. 현장 기록 가운데 진실인 것만을 찾아내 이를 토대로 스토리를 구성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5·18 민주화운동 41돌을 맞아 이 땅의 언론인을 자임하는 자들은 처절하게 자신의 죄과를 참회해야 한다. 잔인한 학살행위를 두 눈 똑바로 보고도 반란군 선전대로 유언비어라고 매도했던 부역 언론인들의 역사적 죄과는 아무리 세월이 흐른다고 해도 쉽게 씻기지 않을 것이다. 조·중·동을 비롯한 부역매체들을 결코 언론이라고 부를 수 없는 이유이다. 광주의 민주시민들을 폭도로 매도하고 민주헌정을 파괴한 반란군 수괴 전두환을 ‘우리 시대의 지도자’, ‘불세출의 영웅’ 따위로 추켜세운 장본인들이었기 때문이다.

 

프랑스가 2차대전 직후 착수한 첫 번째 과업은 나치잔재의 청산이었다. 1차 작업으로 나치의 괴뢰 비시정부에 협력한 '르땅'을 비롯한 적폐 신문, 방송사가 폐간되고 많은 수의 언론인들이 체포되고 추방되었다. 이 중 상당수는 재판을 거쳐 처형되었다. 민족과 민주주의를 배신한 부역 언론인의 죄과는 무겁게 물렸고 이들에 대한 재판은 타 직종에 비해 신속하게 진행되었다. 평소 대중의 정신세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지식인들인 만큼 프랑스의 정신을 썩게 하고 심각하게 오염시킨 업보에 대한 마땅한 역사적 응징이었다. 정의와 불의 사이에는 이처럼 절충이니 중립이니 하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법이다.

 

기자협회와 5·18민주화운동 단체들이 올해 힌츠페터 국제보도상을 제정해 시상하기로 했다고 한다. 독일 언론인 위르겐 힌츠페터는 1980년 광주의 피흘리는 진실을 전 세계에 내보낸 언론인 중 한사람이었다. 적지 않은 외신 기자들이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최후의 순간까지 비극의 순간들을 담아 이를 세계의 양심 앞에 내보였는데, 우리 언론인들은 당시 어디서 무슨 짓을 했고 지금은 또 무슨 염치로 그 죄과를 덮으려고 하는가? 이들 부역언론인의 뉘우침이 없는 한 5월 민주화운동은 아직도 미완성이다. 언론개혁이 단순히 언론인들의 자정운동만으로 불가능했던 저간의 사정은 지난 41년간 오욕의 언론 역사가 스스로 말해주고 있다.

김형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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