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 침대 셋’ 공유주거 사업 통과…“고시원 활성화 정책(?)” 쓴소리

2021.06.01 06:00:01 5면

규제샌드박스 심의위, 공유주거 규제완화 통과
원룸 내 침대 3개 허용…“청년 주거난 해소될 것”
“고시원” 비판, 안전우려…변기 1개 9명 공유→3명

 

정부가 도심 내 청년 주거난 대책으로 내놓은 ‘공유주거 규제 샌드박스’가 네티즌으로부터 ‘고시원 만들기’란 비판을 받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샌드박스지원센터와 산업통상자원부는 31일 오전 서울 상의회관에서 ‘산업융합 샌드박스 심의위원회’를 열고 혁신사업 15건에 대해 승인 결정을 내렸다. 이 중 지난 28일 국무조정실이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의견을 수렴해 마련한 ‘공유주거시설 규제완화’도 포함됐다.

 

이에 따르면 해당 규제 샌드박스는 도시형 생활주택(원룸형) 세대 내 공간에 침실을 최대 3개까지 설치하는 것을 허용하는 방안으로 구성됐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원룸은 세대 내 공간을 침실 1개로 구성하고 있어, 정부는 이를 통해 도심 내 청년 주거난 해소계획을 발표했다.

 

국무조정실은 지난 28일 관련 자료를 통해 독립된 개인 공간 및 주방·욕실 등 공용 공간, 카페 등 커뮤니티 공간이 구성돼 제3자(회사)에 의해 관리되는 ‘공유 주거’를 청년 주거난의 해소법이라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해 기준 공유주거 공급은 2만1000실 이상에 업체 수만 60여개, 시장 규모는 2000억원이라 설명했다.

 

반면 이에 대한 온라인 여론은 비판 일색이다. 청년 주거 공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공급 대책이 아닌, 원룸 공간 분할을 규제혁신이라며 허용하는 것은 ‘고시원·게스트하우스 만들기와 마찬가지’란 비판 때문이다.

 

일부 네티즌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침대 한 칸에서 두세 걸음뿐인 바닥이 개인 공간이란 말인가”라거나 “집주인 월세만 늘어나는 구조”라 불만을 나타냈다. 한 네티즌은 “미래엔 청년들이 이렇게 사는 걸 당연히 여길까 불안하다”는 하소연도 더했다.

 

3인이 화장실 1개를 공용하는 구조는 흡사 고시원을 연상시키기 쉽다. 서울시가 연구 용역한 ‘서울시 고시원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내 고시원 수는 지난해 기준 5807곳으로 전용면적 7㎡ 미만 방은 57.7%로 집계됐다. 공용 화장실 고시원은 전체의 44.4%를 차지했으며, 변기 1개당 평균 사용 인원은 9.5명에 달했다.

 

특히 고시원처럼 밀집된 다중 이용 공간의 임대 사업화를 허용한단 점에서 코로나19 등 감염병 가능성이 높다. 고시원은 밀접·밀폐·밀집 등 3밀 조건을 갖춘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달 중순 서울 노원구 고시원 집단 감염을 비롯해, 최근 경기 고양시 모 고시원에서 발생한 집단감염 사례가 이를 증명 한다.

 

정부의 이번 규제 완화는 빈곤 심화와 주거문제를 동시에 겪는 청년을 위한 대안이라 볼 수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0년 빈곤통계연보’에 따르면 청년 빈곤율은 2019년 시장소득 기준 10.9%로 전년대비 0.3%P 상승했다. 지난해와 올해 코로나19 시기를 감안하면 청년 빈곤율은 더 심화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이러한 규제 완화는 ‘원룸의 고시원화’처럼 본질적인 접근법에서 벗어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따른다. 2018년 11월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 화재 참사에서 희생자 대부분이 일용직·기초생활 수급자·외국인 유학생이었던 것처럼, 청년 빈곤 문제를 고시원 및 원룸에서 해결책을 찾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윤성노 전국세입자협회 주거상담팀장은 이번 규제 샌드박스에 대해 “고급화된 고시원”이라 비판했다. 윤 팀장은 “주거관련 안정성이 아닌, 이익에 맞춰 고시원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1인 최저 주거기준(14㎡)을 국토교통부가 고시 했음에도 운영공간과 커뮤니티 공간에 대한 정확한 기준크기조차 제시돼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20~30대의 10%는 지금도 최저임금기준 미달로 살고 있다. 이번 정부안은 이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며 최저주거기준 미만의 불법·불량 건축물에 사는 청년들이 많음에도 이에 대한 규제 관리감독은 안하는 상태에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직무유기“라 비판했다.

 

박동수 서울세입자협회 대표도 “본질적으로 공유서비스 확대는 주거공간을 축소시킨다”며 “본래 주거목적으로 법적 요건을 갖춰 주택을 짓고, 공유서비스란 명목으로 분할해 인원을 늘리면 주택 내 주거밀도가 높아져 주거의 질이 떨어진다. 원칙적으로 반대한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현지용 기자 ]

현지용 기자 hjy@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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