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립합창단(예술감독 박지훈)이 무대에서 모차르트 레퀴엠(Mozart Requiem) 노래를 통해 감동과 위로를 전하며 여름밤을 수놓았다.
지난 17일 수원시 장안구 수원SK아트리움 대공연장에서 수원시립합창단의 제178회 정기연주회가 개최됐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한자리 띄어 앉기로 운영됐으나 남녀노소 불문하고 수많은 관객들이 객석을 채웠다.
본격적인 공연에 앞서 박지훈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가 무대에 올라 ‘모차르트와 그의 작품세계’ 해설을 진행해 관객들의 이해를 도왔다. 그는 피아니스트 겸 음악학자 로버트 레빈 버전의 ‘레퀴엠’에 대해 “한국에서 자주 연주되는 버전이 아니다”라고 소개했다.
라틴어로 안식을 뜻하는 ‘레퀴엠’은 죽은 자들의 넋을 기리고 남아있는 자들의 아픔을 위로하면서 안녕과 평안을 기원하는 음악이다. 모차르트가 작곡한 유일한 레퀴엠이자 유작이다.
모차르트가 세상을 떠난 뒤에 그의 부인 콘스탄체가 모차르트의 제자 프란츠 크사버 쥐스마이어에 의뢰해 곡을 완성했다. 쥐스마이어판이 나온 후에도 모차르트의 의도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평이 있었고, 현대에 음악학자들이 발표한 다양한 판본이 존재한다.
박 예술감독은 “1963년에 ‘아멘 푸가’ 스케치가 발견됐다. 모차르트가 레퀴엠을 위해 썼는지 아닌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레빈은 확신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몇 년 전 한 학생으로부터 모차르트가 위대한 이유를 질문받았던 일화를 전한 박지훈 예술감독. 그는 모차르트가 과거의 기술을 중시하고 현재와 소통을 잘하며 미래를 내다보고 개척하는 세 가지를 두루 갖춘 위대한 작곡가라고 이야기했다.
모차르트가 ‘레퀴엠’을 쓸 때 죽음이 가까이 왔다는 것을 알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쓰지 않았을까 싶다면서 마찬가지로 이 무대에서 기도하는 마음을 가지고 노래하겠다는 말도 남겼다.
수원시립합창단원들과 수원시립교향악단이 한데 어우러져 ‘안식을 주소서(Requiem aeternam)’, ‘자비를 베푸소서(Kyrie)’ 무대를 꾸몄다. 특히 이날 소프라노 박미자와 카운터테너 정민호, 테너 김세일, 바리톤 박흥우 등 국내를 대표하는 솔리스트들과 오르가니스트 김강이 호흡을 맞추며 아름다운 선율을 자랑했다.
‘경이로운 나팔소리(Tuba mirum)’, ‘아멘(Amen)’, ‘거룩하시도다(Sanctus)’ 등 때론 거룩하고 장엄한 곡으로, 속삭이듯 잔잔하면서도 때로는 호소력 짙은 격정적인 분위기로 관객들의 귀를 즐겁게 했다.
무대가 끝난 뒤 객석에서는 환호와 박수갈채가 이어졌다. 합창단원들은 마스크를 쓴 채 80분가량 무대에 임했고, 박지훈 예술감독은 “마스크를 쓰고 노래한다는 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라며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한편 이날 연주회에서 로버트 레빈이 축하 영상을 통해 “박지훈 지휘자에 감사를 표한다”고 응원을 전하며, 삶과 죽음에 대한 작곡가의 깊은 고민이 담겼을 ‘레퀴엠’을 감상해달라고 당부했다.
수원시립합창단은 이후 공식SNS를 통해 공연을 찾아준 관객들과 수원시민들에게 “기도하는 마음으로 모차르트를 만났고 온전한 평안을 찾았다. 다시금 온전한 일상안에서 여러분들과 마주하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는 인사를 전했다.
[ 경기신문 = 신연경 기자 ]